사회
앵커: 정길용,김은주
[보람에 산다]김밥 할머니 이복순 할머니의 생애[송재우]
입력 | 1992-08-16 수정 | 199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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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에 산다][김밥 할머니 이복순 할머니의 생애]
● 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평생 동안 피땀 흘려 모은 재산 5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선뜻 내놓고 지난 7윌 운명을 달리한 이복순 할머니의 생은 우리 모두에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보람에 산다 기획뉴스 그 여섯 번째 순서로 김밥할머니로 잘 알려진 이복순 할머니의 생을 송재우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79세를 일기로 그보다 몇갑절이나 긴 역경의 생을 마감한 이복순할머니.
충남 홍성군에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토건업을 하는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룬지 오래지않아 갑작스럽게 남편이 세상을 뜨면서 억새풀과 같은 삶은 시작됐습니다.
39살 청상의 나이에 철부지 외아들과 단둘이 남은 그는 식당업과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해냈습니다.
특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검은 고무신에 통바지차림으로 관청 사무실등을 돌며 수완좋게 김밥도시락을 팔아 이때부터 그의 별명은 김밥할머니가 됐습니다.
일이 유일한 취미인만큼 억척스러워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아 손자들이 동상에 걸리는 근검절약 끝에 상당한 재산을 모은 할머니의 뜻은 그러나 여기에 그치치 않았습니다.
재물은 모두 함께 해야 빛이 나며 덕은 남모르게 베풀어야 한다는 그는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이들을 위해 쓰도록 자신의 전재산을 지난 90년 충남대에 익명으로 기증했습니다.
● 이복순할머니: 내 살아 생전에 내 몸도 정리할 때가 되고 재산도 정리할 때가 되고 아들도내가 원하는 대로 키웠고 좋은 자리에 집사서 장사잘되기를 내가 집사서 다 해줬고 여기 남은 돈은 내가 좋은 일하는 거 그것 밖에는 없어요
그러나 그걸로 기증했습니다.
●기자: 그 뜻이 결실을 거둬 장학회관 기공식이 있던 날 의식을 잃고 쓰러져 끝내 지병인 암으로 운명을 달리 하자 많은 이들은 안타까운 오열 속에 가신 이의 뜻을 빌었습니다.
● 임채훈(외아들): 훌륭하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어머님께서 근검절약을 해가지고 모든 재산을 우리나라 그 젊은 학생들을 위해서 헌납을 하셨다는 것은 가장 제가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기자: 정심화 곧 바른마음으로 꽃을 피운다는 그의 범명대로 살아 고스란히 그 뜻을 이룬 이복순할머니.
삶과 죽음이 따로 없다는 불교에서의 말대로 이복순 할머니는 이제 영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살아서 남긴 큰 보람은 이곳의 잔디만큼이나 푸르게 푸르게 이어질 것입니다.
MBC뉴스 송재우입니다.
(송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