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40년가까이 무인도 등의 등대를 돌면서 등대불을 비춰온 한 등대지기의 삶을 소개합니다.
송재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우리나라 영토 남동해의 맨 끝에 위치해 갈매기 섬으로 잘 알려진 섬 홍도.
가장 높이 날고픈 갈매기의 꿈처럼 섬 꼭대기에 고추선 이곳 홍도등대의 주인은 바로 등대지기 박보용씨입니다.
1년365일 불빛을 밝혀 이곳을 지나는 선박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 안전항해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 등대와 함께 살아온 세월이 어언 38년 이 등대에서 저 등대로 18번이나 옮겨 다니는 동안 그 에겐 아무도 살지 않는 홍도등대에 유독 정이 깊었습니다.
물한모금 나지 않고 나무 한 그루 없는 이 곳에서 정작 가장 힘이 드는 것은 혼자생활에 익숙해지는 일.
어쩌다 몸이라도 아프면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이 더 아픈 세월 속에서 그는 끝내 부모의 임종마저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가누기 힘든 파도가 몰아칠 때일수록 그는 그러나 더 굳건히 등대의 생명인 불빛을 비추는 일에 온 몸을 바쳐왔습니다.
● 박보용(경남 통영군 홍도등대, 등대소장): 육지에 나가면 여기 걱정이 되고 여기 들어오고 싶고 저는 이곳이 직업이면서 안식처라는 생각이 들고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살아온 거죠.
후회도 없고 앞으로도 정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생활로 끝을 맺고.
● 기자: 길 잃은 배에겐 햇빛보다 몇 배나 밝은 광명이 되 온 홍도등대 등대의 도움으로 표류하던 배가 구조돼 고마움을 전해올 때가 가장 기쁜 때며 매년 봄철 천연기념물 괭이갈매기 떼가 시베리아에서 찾아올 때가 가장 반가운 때라는 그는 꿈결에 등댓불이 꺼져 나가보니 실제로 불이 꺼졌을 만큼 오직 등대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 최중기(홍도등대 근무): 책임감도 강하시고 우리 등대원들을 항시 친자식처럼 대하시기 때문에 제가 십여 년 동안 몸담고 있습니다만 소장님에 대해서 더 본받아야할 점이 많습니다.
한시도 불이 깜빡이는 것을 보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 정년퇴직 뒤엔 자신의 집에 작은 등대를 마련할 계획으로 있는 영원한 등대지기 박보용씨의 숨결이 어린 홍도등대.
밤새도록 비친 불빛은 그 여운마저 파도에 휩쓸렸고 유일한 벚 괭이갈매기마저 떠나버린 이 곳 홍도등대 그러나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이 없듯이 이곳에도 어김없이 새날이 밝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