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김지은

자금부족에 시달리던 중소기업 사장 또 자살[이선재]

입력 | 1992-12-23   수정 | 199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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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중소기업 사장 또 자살]

● 앵커: 안타까운 뉴스 전해드립니다.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중소기업 사장이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달라고 하는 유서를 남기고 어제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역시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었던 회사의 사장이었습니다.

이선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경기도 부천시 소사동 조광정밀 대표 47살 정윤현씨가 어제 인천 송도 연락원 뒷산 소나무에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정씨는 국정 최고책임자와 한국은행, 유관기관은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달라는 내용의 가족과 회사 임직원 등에 보내는 5통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정씨는 지난 87년 기계공구 생산 업체인 조광정밀을 설립한 뒤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이 돼 초고속 절삭공구인 슈퍼드릴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등 발전을 거듭했으나 자금 부족과 함께 대기업과 일본 기업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이 직원들의 얘기입니다.

● 지문삼(조광정밀 생산직원): 우리 회사의 주 생산품인 밀림책으로 20만원 이상 나갔던 것인데 대기업이 일본과 기술 제휴해 대량 생산으로 상품을 판매하여 지금은 반 값도 안 됩니다.

대기업이 이렇게 중소기업을 죽여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 기자: 정씨는 또 세 들어있는 공장을 시화공단으로 옮기기 위해 부지 1,000평을 매입해 3억여원을 투자한 뒤 자금 부족에 시달렸고 마땅한 담보물이 없어 은행 융자가 여의치 않자 매우 고민해 왔다는 것입니다.

● 한상범(조광정밀 이사): 일반적으로 은행 문턱이 높다, 그리고 정부 기관에서 중소기업을 말로만 육성이지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는 부분이 없지 않느냐 하는 얘기는 수시로 나하고 했어요.

● 기자: 정씨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생산기술연구소에서 초진공펌프 개발권을 따냈고 지난 해에는 소련을 방문해 연구소 등을 둘러보고 1억원을 투자한 것이 더욱 자금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수억원의 자금과 정성이 투자된 공장은 텅 비었고 기계들은 멈췄습니다.

이것이 모두 숨진 정윤현 사장의 혼자 책임만은 아닐 것입니다.

MBC뉴스 이선재입니다.

(이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