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상열,김은주

[오늘의 초점]컴퓨터 한글의 문제점[지윤태]

입력 | 1992-04-05   수정 | 199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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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초점]컴퓨터 한글의 문제점]

● 앵커: 오늘의 초점입니다.

요즘 컴퓨터를 쓰는 가정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현재 정부에서 보급하고 있는 행정전산망용이나 교육용 컴퓨터들이 우리말인 한글을 제대로 표현해 주지 못해서 시급히 규격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현행 컴퓨터 규격이 장기적으로 정착될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한글문화 지체를 후퇴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문화부에서도 교육을 바꾸자는 재안지를 내놓는 등 현행 표준 컴퓨터에 대한 문제점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MBC뉴스센터가 기획 집중 보도하고 있는 ‘정보화시대를 연다’ 오늘은 세 번째로 컴퓨터 한글의 문제점을 지윤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최근에 출장을 다녀온 회사원 김 씨는 개인용 컴퓨터로 작성해 온 보고서 디스켓을 사무실 컴퓨터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집에 있는 컴퓨터와 회사 컴퓨터의 한글 표식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출장보고서는 엉뚱한 문자들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TV 프로그램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던 최 씨는 드라마 ?방각하의 ? 자가 컴퓨터에는 없어서 돔방각하라고 입력했습니다.

컴퓨터를 쓰기 위해 타자를 배운 학생 박 양은 막상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보니 글자 배열이 달라서 타자연습이 헛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컴퓨터로 글이나 문서로 작성해서 서로 주고받는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우리말인 한글을 완벽하게 표현해 줘야 하고 또 모든 기종이 같은 방식의 컴퓨터 한글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주먹구구식으로 개발된 컴퓨터 한글이 제각기 쓰이고 있어서 컴퓨터 간에 정보를 주고받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7년 공업진흥청에서 KS 완성형 방식으로 컴퓨터 한글 표준을 정해놨지만 한글어법에 맞지 않고 입력 할 수 없는 글자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한 채 종합 형 한글이라는 또 다른 방식을 쓰는 사용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 안대혁(한글코드개정추진협의회): KS 완성형 한글코드는 표현할 수 없는 글자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우리말 중 ‘전합니다.’의 합 자, 외래어 중 펩시콜라의 펩 자, 의성어로 뿅 자 등이 바로 그런 글자 등입니다.

실제로 이 코드를 사용하고 있는 교육용 컴퓨터의 경우 중,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조차도 제대로 입력을 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일 계장(공업진흥청): 한글표현에 다소 재략은 있지만 통일성의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성형을 채택하는 것이 좋겠단 결정이 됐고 그에 따라서 KS 규격이 제정되게 된 겁니다.

● 기자: 이 때문에 정부가 업계에서는 KS 완성형 방식으로 생상 전산망용이나 교육용 컴퓨터를 보급하는 반면에 학생 측이나 출판업계를 중심으로는 한글을 충분히 쓸 수 있는 조합형 사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도 완성형과 조합형 방식 2가지 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2중 부담을 겪고 있습니다.

● 김정수 교수(한글학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현행 코드로는 해결이 안 되겠고 그래서 모든 음절표현이 자유로운 그런 코드로 바꾸도록 표준화를 새로 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 기자: 컴퓨터 대중화의 또 다른 걸림돌은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경우 타자능력이 업무 효율성을 결정하는데도 국내에는 글자 배열이 다른 자판이 제각기 쓰이고 있어서 타자 능률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 임종철 교사(서울 고척고등학교): 2벌식과 4벌식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2벌식은 타자기 글자판이 따로 있고 컴퓨터 글자판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학교에서 먼저 시간에는 타자를 가르치고 그 다음 시간에는 컴퓨터를 가르치니까 글자판이 달라서 서로 기술이 전용이 되지 않습니다.

● 기자: 전문가들은 현재의 컴퓨터 한글은 정보화 과정에서 편의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급히 보완하지 않으면 컴퓨터가 한글 사용을 제한하게 돼 한글문화 자체가 뒷걸음질 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 이주현 교수(외대경영정보대학원): 문제해결을 위해서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 전에 저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서로 이견을 가진 분들이 모일 수 있는 단체의 활발한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단체에서 통신 문제를 가장 지행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한글을 우리 국민성에 맞게 이용하겠다는 근본적인 취지를 살릴 것인가 하는 시각의 차이...

● 기자: 전문가들은 또 컴퓨터 한글의 표준이 작업은 단순 기계설계가 아닌 언어표준화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컴퓨터 업계뿐만 아니라 국어학자니 사회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책 기구가 마련되어 전반적인 재검토작업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MBC뉴스 지윤태입니다.

(지윤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