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백지연

올해 여든나이의 선생님, 안동여고 제자들과 50년만의 해후[정윤호]

입력 | 1992-05-15   수정 | 199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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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나이의 선생님, 안동여고 제자들과 50년만의 해후]

● 앵커: 꿈많던 여고생들과 당시의 총각교사가 50년의 세월을 돌아서 오늘 스승의 날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제 할아버지가 된 스승은 할머니 제자들의 눈길이 약간 거북한 듯 했습니다만 스승으로서의 가름침은 오늘에도 잊지 않고 않았습니다.

안동문화방송 정윤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올해 여든 나이 성성한 백발의 김형근 선생님은 옛 제자들과의 50년만의 해후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지난 1940년대 안동여고 제자들은 이제 60대중반의 할머니로 변했고 노 스승은 옛날 청년교사 때처럼 어리광을 부리는 제자들에게 말 놓기가 거북해 자꾸만 시선을 피합니다.

희륵이 매리 귀도 등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어 옛 제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는 노 스승 앞에서 할머니제자들은 오랜 세월을 넘어 꿈 많던 여고생으로 변했습니다.

50년 전에 스승과 제자가 함께 심었던 나무가 이렇게 노송으로 자라났고 스승과 제자들은 이 노송을 보면서 매사에 엄격했던 스승과 철없던 여고생들로 되돌아갔습니다.

● 김형근선생님 (80세) 당시 안동여고 교사: 선생이 없으니까 국어선생 하다가 수학선생 하다 생물선생 하다 이런 거를 했거든. 지금 만나면 (판독불가) 더 착실히 했으면 싶었다는 그런 생각이 나요.

● 김귀도씨 (64세): 만나니까 뭐 지금 우리가 나이 많다 하는 그런 생각이 안 드네요. 그냥 옛날 학교나닐 때 선생님 만나 뵙는 그런 생각이 ...

● 기자: 삶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5월의 훈풍처럼 정겹고 영원한 참교육의 현장이었습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 여든의 노 스승은 60대중반의 제자들에게 정직하고 근면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정윤호입니다.

(정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