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앵커: 정길용,김은주

[오늘의 초점]우리 기술개발에 대한 일본의 덤핑공세 실체[차경호]

입력 | 1992-05-24   수정 | 199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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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초점]우리 기술개발에 대한 일본의 덤핑공세 실체]

● 앵커: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 기술개발이 어렵게 어렵게 성공을 했던 국내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의 덤핑공세에 밀려서 부도를 내고 도산하는 등 국내업체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제전쟁에서 비열한 덤핑공세를 무차별 포격으로 비유할 수 있다면 우리기업들이 무차별 포격을 맞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의 초점, 이 시간에는 우리의 기술개발에 대한 일본의 덤핑공세를 그 실체와 대책을 경제부의 차경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경기도 이천에 있는 동성반도체 공장은 지난 16일 부도를 낸 뒤 회사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TV와 전자렌즈용 고압다이오드를 만들 수 있는 회사지만 더 이상의 원자재 공급도 끊겼습니다.

근로자들은 원 부자재가 남아 있는 한 일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남아있는 원 부자재로는 결국 보름쯤 후면 우리 나라 가전 업체와 자동차공장들은 고압다이오드라 하는 핵심부품 한 가지를 전적으로 일본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 성기홍과장 (동성반도체) : 지난 상반기에 저희들이 고압다오다이오드를 갔다가 개발해 가지고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단계에 있어 가지고 일본 업체들이 기존의 제품보다 약 25%정도를 싸게 국내시장에 공급을 하다보니까 저희들은 그 금액에도 미치지 못한 10%정도를 더 낮추어서 하다보니까 채산성이 맞지 않아 가지고…….

●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압다이오드를 개발했다는 공로로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4월에 은탑산업훈장까지 받은 동성반도체가 일본에 덤핑공세의 표적이 돼서 어처구니없이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대성전기가 개발한 무선호출기의 부품인 초소형 모아리스모터는 지난 20일 종합전시장에서 열린 국제전자부품전에 공업진흥청장상을 받았습니다.

일제에 비해 크기를 더 줄였고 전선이 겹치지 않고 촘촘히 감겨있어 품질에서 일제보다 단연 앞선다는 평을 받아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성전기는 아직 이 제품의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업체들이 덤핑공세에 나서는 바람에 현미경작업시설 등 값비싼 생산시설을 모두 갖추어 놓고도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라인을 놀려 둘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 오 환 차장(대성전기 개발모니터): 2년 전에 한 8불내지 9불 정도의 가격이 형성이 됐었습니다.

작년에 시작해 가지고 개발에 착수해서 금년도까지 개발이 완료돼 가지고 양산준비까지 한 단계인데 현 단계에 와서 보니까 가격이 계속 떨어져 가지고 4불대로 형성이 돼 있습니다.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그런 지경에 지금 이른 상황입니다.

● 기자: 일본이 독점해 오던 기술을 한국 업체가 개발했을 때 일본 업체의 잔인한 덤핑공세는 전 산업에 걸쳐서 예외가 없습니다.

건축용 유리 마블라이터는 한국 유리가 개발해 작년 9월 본격적인 생산체비를 갖추자마자 일본 업체가 1평방미터에 50만원에서 33만원으로 34%나 값을 후려 깎아 덤핑공세를 가했습니다.

산업용 밀양저울의 경우 종래 45만원에 한국시장에 내다 팔던 일본 업체들은 국산품이 개발되자마자 값을 내리기 시작해 작년 7월 이후에는 국산 개발품 보다 더 싼 23만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기술개발업체들의 개발 의욕을 더 꺾는 것은 일본의 덤핑공세를 조장하고 있는 국내대기업과 수입업자들입니다.

● 오 환 차장(대성전기 개발모니터): 국산화가 뒨 후에는 그 국산화 뒨 부품을 빌미로 해서 일본 쪽 메이커 쪽에 가격을 싸게 내고를 시킵니다.

그러다 보면 또 마찬가지로 싼 일본 쪽에서 싸게 가격이 내고 된 가격가지고 반대로 국산화 된 업체 쪽에다가 그 가격을 제시해서 또 싸게 가격을 내리라고 중용을 합니다.

사 쓰지는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다 가격만 싸게 내리게 되는 이런 결과를 가져옵니다.

● 기자: 대부분의 기술개발업체들은 복잡한 서류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서 무역위원회 제소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릴 여력이 없습니다.

또 통상마찰을 우려해 거의 언제나 소극적인 정부의 외교적 대용에도 별 기대를 걸 수 없습니다.

결국 대기업이 국산 개발품을 많이 사주도록 촉구하는 것만이 일본의 덤핑공세를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 최정남부장(무역협회 국제부): 국내 대기업이 상호보완적인 품목에 대하여 국내업체들이 개발한 제품을 많이 구입하는 그러함 협력 체제를 구축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신제품개발에 필요한 개발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개발비 부담을 절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 기자: 일본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다가 갑자기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덤핑공세를 취하는 것은 우리 개발업체들을 쓰러뜨리고 난 뒤에 다시 가격을 올려 받겠다는 전략입니다.

결국 일본 업체들이 조작하는 대로 일본의 기술에만 계속 끌려 다닐 것이냐 아니면 우리기술개발업체들과 협력 체제를 갖추어서 국내산업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발 부품을 사 쓰는 대기업의 선택에 달려있다 하겠습니다.

MBC뉴스 차경오입니다.

(차경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