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성원

[집중취재] '서민의 동아줄' 개인파산·회생, 악용사례 여전

입력 | 2016-03-21 20:37   수정 | 2016-03-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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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빚 때문에 위기에 처한 개인이나 기업의 회생을 돕는 통합도산법이 다음 달 도입 10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지만 악용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박성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심형래 씨는 영화 제작으로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어려움을 겪다 지난 2013년 개인 파산과 면책이 허가되면서 170억 원을 탕감 받았습니다.

가수 송대관 씨는 부인의 연대보증을 섰다가 잘못되면서 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해 구제를 받았습니다.

개인파산은 채무를 전혀 못 갚는 경우로, 재산을 모두 처분해 조금이라도 채권자의 손실을 줄여주면, 빚이 모두 탕감됩니다.

개인회생은 빚을 일부라도 갚을 의지가 있는 사람이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5년간 매달 상환하면 나머지 빚은 청산됩니다.

[전병욱/대한법률구조공단 센터장]
″생계비가 부족해서 파산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비해서 서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제도는 서민들에게 실제 큰 도움이 됩니다.

30대 김모 씨도 연대보증을 섰다가 채무 7천여만 원을 떠안고 수년간 빚 독촉에 시달리다 지난해 개인회생을 허가받았습니다.

[김 모 씨]
″역에서 김밥을 팔았어요. 결혼도 할 수 있게 돼서 회생하면서 다시 많은 것을 얻었죠.″

지난해 개인회생이 허가된 채무자의 평균 부채는 5천3백만 원, 개인 파산은 한 사람당 1억3천백만 원을 탕감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한해 동안만 보더라도 개인 회생·파산제도를 통해 모두 14만여 명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났습니다.

서민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동아줄 역할을 하지만,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운영하는 상담센터.

[개인 파산 상담자]
″시간이 5년 정도 지나니까 (빚이) 2억이 됐습니다. 제가 장애가 있어서 직장을 못 구하니까 빚만 늘어나고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사정이 딱하더라도 신청을 하려면 방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법원은 신청자의 소득과 재산은 물론 부모나 자녀, 배우자의 재산까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하지만 부당하게 빚을 탕감받으려는 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농구스타 박찬숙 씨도 12억7천만 원을 갚지 못한다고 했다가 농구교실을 통해 월 2백만 원을 벌어온 사실이 들통나 파산면책이 불허됐습니다.

신청인들은 복잡한 회생파산 신청을 대신해 준다는 무자격 브로커를 조심해야 합니다.

이들은 파산 신청을 부추기면서 고액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돈이 없다면 고리의 불법 대출까지 알선하기 때문입니다.

[이용철/법무사]
″(사무실 없이) 개인적인 장소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 무조건 된다고 큰 소리치는 사람들은 브로커라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만 1년 동안 412건의 부정 신청이 적발됨에 따라 법무부는 처벌을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박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