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황재실

[단독] 전투기처럼 급강하해야…"곡예비행 하라고?"

입력 | 2020-07-21 20:39   수정 | 2020-07-2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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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착륙이 어려운 김해공항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토부가 새 활주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새 활주로에 대해서 마련한 비행절차를 입수해서 살펴봤더니, 오히려 더 위험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조종사들은 곡예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황재실 기자의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항공기가 산을 피해 큰 각도로 곡선을 그리며 진로를 바꿉니다.

곧이어 활주로까지 짧은 거리를, 급하강합니다.

이런 착륙 과정은 2002년 발생한 중국 항공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됐습니다.

선회 지점을 놓치는 바람에, 산과 충돌해 129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위험한 착륙 방식은 아직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지상에 설치된 흰색과 빨간색의 격자 무늬판, 이른바 체크보드를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서 선회 지점을 찾는 겁니다.

[현직 외국적 항공사 기장]
″(동일하게) 선회 착륙(써클링 어프로치)하는 외국공항들과 비교해서, 비교도 안 되게 어려운 공항이에요, 김해공항은. 최종 경로를 맞추는 길이가 짧다는 것은 굉장히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됩니다.″

국토교통부는 김해공항의 이 위험한 선회 착륙을, 새 활주로 건설로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

국토부가 제시한 새 활주로의 착륙 절차입니다.

지상 5km 에서 1.5km 고도까지, 1분여 만에 급강하해야 합니다.

하강율 무려 37%.

표준치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현직 국적 항공사 기장 (25년 경력)]
″1만 6천 피트에서 5천 (피트까지)… 1만 1천 피트(3.3km) 고도를 5마일(8km) 안에 줄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이건? 강하율을 계속 이렇게 높게 내려와야 되면 굉장히 위험한…″

승객과 짐을 가득 실은 민간항공기가 수행하긴 불가능한 착륙 절차라는 겁니다.

[현직 국적 항공사 기장]
″1만 6천 피트(4.9km) 고도로 통과하고, 14(새 활주로)로 내려라… 제가 봤을 때는 불가능하지 않나. 못 내립니다.″

이 무리한 착륙 절차의 원인은 공군입니다.

민간 항공기와 군용기의 비행 고도를 분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도심 공항이면서 동시에 군사 비행장인 김해공항의, 수십 년째 풀리지 않는 난제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한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새 활주로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황재실입니다.

(영상편집: 남재현/부산 그래픽: 김도형/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