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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아
[바로간다] 수십 년 가꿔온 섬인데…주민 내쫓고 명품 관광지로?
입력 | 2020-07-21 20:55 수정 | 2020-07-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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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신수아 기자입니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한려수도의 한 섬마을이 요즘 시끌시끌하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관광지 개발을 앞두고 수 십년째 섬을 지켰던 원주민들이 하루 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떠나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단 경고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그 섬으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남 거제시 동쪽 바다에 있는 지심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덮여 있어 봄이면 하루 3천명 넘는 관광객이 찾습니다.
해방 이후 주민들이 직접 마을 길을 만들고 섬을 가꿔왔습니다.
[박계아/지심도 주민]
″이 섬을 70년 동안 안 지켰으면 이리 돼 있겠어요? 자연이 안 되어 있지…″
지금은 15가구 30여명이 주로 민박 등의 관광업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6월 주민들은 ″섬을 떠나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난 2017년 국방부로부터 섬을 사들인 거제시가 주민들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그동안 주민들이 국립공원 내에서 불법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거제시는 지난해 9월 간담회에선 자진 이주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전기를 끊고″, ″도선 운항도 중단할 수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상철/주민자치위원회 반장]
″망치로 뒤통수 한 대 맞은 기분이죠. 그렇게 통보해놓고 뭐 가타부타 그런 것 없이 공무원들은 가 버리고, 우리는 유인물만 받아가지고…″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섬에서 계속 살게 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거제시는 먼저 국립공원공단을 통해 주민 15가구 전체를 경찰에 고발하게 했습니다.
살고 있는 집 같은 건물을 불법으로 증개축했단 내용이었는데, 자료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던 무리한 고발이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
″지심도 전체에 대한 건축현황 자료가 거제시에서 저희한테 제공해주기로 했는데 그 자료가 저희한테 제출이 안 돼서 (고발을 취하했습니다.)″
거제시는 또 원래 섬에 필요하다며 짓기로 했던 방파제 건설 계획도 120억원의 예산까지 받아놓고선 갑자기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취소해버렸습니다.
주민들은 사실상 협박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상철/주민자치위원회 반장]
″어느날 갑자기 거제시가 땅주인이 바뀌었다고 해가지고, 행정적인 어떤 편의 위주로 주민들한테 협박이… 이주 부분을 가지고 들고 나왔단 말입니다.″
섬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거제시가 민간업체에게 섬 운영권을 주기 위해 주민 이주를 강행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거제시는 최근 민자를 유치해 명품 관광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강제윤/섬연구소 소장]
″민자를 유치해서 굳이 (지심도) 개발을 하겠다는 거는 그냥 지심도에 대한 그 운영권을 민간업자에게 넘기겠다는 뜻이거든요.″
이에 대해 거제시는 민자 개발은 확정된 바 없고, 주민 이주는 별개의 사안이란 입장입니다.
[정종진/거제시 도시재생과장]
″(섬 개발에 대해) 이런 안이 나오든 저런 안이 나오든, 어쨌든 지금 있는 불법에 대해서는 합법화시켜야 된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거제 내도나 신안의 영산도 같은 섬들처럼 국립공원 내에 ′마을지구′를 지정하는 방식도 있다며 상생 방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조현숙/지심도 주민]
″(섬에 사람들이 산 기간이) 1백년이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사람들을 쫓아내지 말고 상생하면서 살면 좋지 않나…″
바로간다, 신수아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영상편집: 정소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