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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주문전화 한 통 없는데…나도 모르게 '배달 불가'?
입력 | 2020-07-29 20:30 수정 | 2020-07-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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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번엔 최근 수수료 갑질 논란이 있었던 ′배달의 민족′ 관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요즘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이용하는 음식점들이, 갑자기 주문이 끊겨서 매출이 바닥을 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는데요.
알고 보니까 멀쩡히 장사 중인 음식점도 배달의 민족 앱에서는 ′영업 준비 중′으로 나와서 주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김세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관악구의 한 쌀국수 가게.
저녁 7시.. 한창 주문이 몰릴 시간인데도, 이상하게 주방이 썰렁합니다.
이 가게는 주로 ′배달의 민족′의 신속 배달 서비스인 ′배민 라이더스′를 통해 장사해왔는데, 무슨 일인지 이달 들어 갑자기 저녁 주문이 크게 줄었습니다.
[음식점 업주/배민라이더스 이용]
″저녁 시간에 (주문) 20개 정도 들어와야 하는데, 한 3-4개로 떨어졌어요.″
′배민 라이더스′를 주로 이용하는 인근 배달 전문 분식집도 마찬가지.
매출은 3분의 1로 뚝 떨어졌고, 배민 앱에서 손님들에게 가게가 노출된 빈도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음식 맛에 문제가 있나, 서비스를 덜 줘서 그런가, 노심 초사하던 업주들은 최근에서야 황당한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우연히 2,3km 떨어진 곳에서 배달의 민족 앱을 켜 자신의 가게를 검색해보니, 멀쩡히 영업중인 가게가 ′준비중′으로 떠 있었던 겁니다.
[음식점 업주/배민라이더스 이용]
″지금 ′준비 중′.. 여기 들어가서 뭐 시키고 싶잖아요. 그래도 못 시키는 거예요. 고객들은 ′아, 여기 장사 안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죠).″
배달의 민족 측이 일방적으로 주문이 불가능하게 막아놓은 겁니다.
이른바 거리제한 조치인데, 정해진 반경내에 주문이 몰려 배달기사인 라이더가 부족해지면, 그 일대 가게들의 주문을 아예 차단해버리는 시스템입니다.
[배민 콜센터]
″(배달) 라이더들도 기본적으로 몇명 되지 않는데 정상적으로 운영됐을 경우, (콜을) 소화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발생하고…″
그렇다면 같은 시각, 라이더들은 어디서 뭘 했을까?
취재한 음식점들에서 2km 떨어진 한 건물 앞.
배민 라이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일감을 받지 못해 그냥 퇴근하는 라이더도 있습니다.
[배민 라이더]
(그냥 퇴근하시는 거예요?)
″네, 배차가 안 들어와서요. 한 시간에 하나 할 바에는 차라리 쉬는 게 낫죠.″
라이더들이 대기하는 곳은 배달의 민족이 지난해 시작한 마트의 물류센터.
배민은 사업 영역을, 기존의 음식배달 외에 온라인 마트로 확장하기로 하고, 작년말 자체 마트를 출범시켜 주문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마트측이 내건 모토는 ′초소량 번쩍 배달′.
이에 따라 라이더들에게 음식 콜에 마트 콜까지 몰리게 되자, 배민 측이 마트 인근 음식점들에 거리제한 시스템을 적용해 주문 자체를 차단해버린 겁니다.
[배민 라이더]
″마트는 거리제한이 안 걸리니까, 마트 가서 죽치고 있는 거예요.″
상황이 이런데도, 음식점주들은 배달의 민족측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음식점 주인/배민라이더스 이용]
″(배달의민족 측이)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받아가고, 저희는 주문을 못 받아서 매출은 떨어지고.. 더 화 나는 건 장기간 몰랐다는 거예요.″
배달의 민족이, 자기네 주 고객인 음식점 업주들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마트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순수한 사업 확장 의도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요기요와의 합병 심사를 앞두고 독과점 논란을 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준철 변호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음식배달) 그걸 넘어서,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도 전부 포함한 그런 전체 온라인 주문배달 서비스 시장이다(라고 주장하면), 합병승인에 있어서 유리한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배달의 민족 측은 마트 사업은 합병 승인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면서, 음식점들 주문이 차단되는 것도 코로나 여파로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해 라이더가 부족해져 생긴 일이라며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 : 정연철, 이주혁 / 편집 : 김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