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민찬

"이름만 같을 뿐인데"…'묻지 마 투자'에 요동치는 주가

입력 | 2020-07-31 20:18   수정 | 2020-07-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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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좀 벌었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개인 투자자, 이른바 동학 개미 중 일부에서는 잘 나가는 회사와 이름이 겹치거나 심지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사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까지 등장했습니다.

김민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주식시장 최대 관심주인 신풍제약.

오늘까지 사흘째 상승하며 장중 9만원을 넘어섰던 신풍제약이, 증시 마감 16분을 앞두고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뉴스나 공시가 없었는데도, 갑자기 투매가 일어나면서 10여 분만에 20% 넘게 급락한 겁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
″갑자기 대량 매도가 나왔더라고요. 특이사항이 있는지 지금 분석 중입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4일에도 증시 마감 직전 주가가 곤두박질쳐, 단 14분 만에 시총 3조 원이 증발했습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 들어서만 주가가 20배 넘게 오른 주식.

투자자 90% 이상은 동학개미였습니다.

비정상적인 주가 변동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투자자들 상당수는 그냥 남들 따라 이 주식을 샀다고 말합니다.

[신풍제약 투자자]
″(신풍제약이 뭐하는 회사인지 알고 투자하셨어요?) 그런 거는 파악 안 하고 그냥 짐작으로 하고, 추천 있을 때…″

심지어 신풍제약과 아무 상관 없는 신풍제지에도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지난 23일 신풍제약이 투자경고 종목이 돼 거래 정지되자,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신풍제지 주가가 15%나 오른 겁니다.

[신풍제지 관계자]
″(신풍제약과) 아무 상관 없고요. 사명만 앞에가 비슷할 뿐이지. 관계는 아무것도…″

더 황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흘전 가입자 8천여명인 한 주식 정보방에 ″외신 단독″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바이오솔루션이란 회사가 코로나 백신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영문 기사까지 첨부했는데, 글이 올라온 지 단 7분 만에 이 회사 주가는 13%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기사 속 회사는 이름만 같은 미국 회사였습니다.

[바이오솔루션 관계자]
″황당했죠.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 확인하든가. 확인도 안 하고 찌라시 돌리고 이렇게 해버리니까 회사가 오히려 욕을 먹고 그랬죠.″

증시로 돈이 몰리면서 이런 묻지마식 투자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근 코스피에서 주가가 30% 이상 오른 기업 10곳 중 8곳은 증권사들이 올해 실적을 예측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곳들.

주로 제약이나 바이오 기업들인데, 실적에 상관없이 기대감만으로 주식을 사고 있다는 얘깁니다.

수돗물 유충 소식에 구충제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중국 싼샤댐 붕괴 위험이 알려지자 농지 침수로 농약과 비료가 잘 팔릴 거란 기대로, 관련 회사에 투자자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남승민/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
″기업 가치의 본질과 관계없이 급등락하는 종목에 대해선 좀 투자를 유의해주셔야…″

금융당국은 몰려드는 동학개미들을 노려 주가 급등락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 노성은 영상편집 :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