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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령
"내게 이혼을!" 미국도 주목한 북한 여성의 권리 선언
입력 | 2020-12-12 20:31 수정 | 2020-12-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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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북한에서도 이혼을 할 수 있을까요?
특히나 북한의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여성이 이혼을 요구한다면 가능할까요?
북한 여성의 이런 고민들을 다룬 북한의 대중 소설이, 미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습니다
′북한판 82년생 김지영′으로도 불리는데요.
손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 채순희(북한 드라마 ′가정′ 中)]
″제발 저 이혼 시켜주세요. 네?″
지난 2001년 북한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가정′의 한 장면입니다.
선반공이었던 주인공 ′순희′는 도 예술단원으로 뽑혀 꿈을 이뤄나던 중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합니다.
[채순희]
″아무런 인생 목표도 없는 무맥한 남편한테 순종하면서 아이나 키우고 늘상 집 근심 따위나 하는 속물같은 여자로는 살고싶지 않아요.″
북한에서 금기어로 꼽히는 ′이혼′을 다룬 것만으로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이혼 소송을 담당하는 판사 역시 쪽지만 남기고 출장을 떠난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서인지 당초 10부작이었던 드라마는 9부에서 종영됐고, 재방영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주희/탈북민]
″이혼을 요구했다? 정말 너무 파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 우리도 말은 안 했지만 저러고 싶었어.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이혼이라는 게 약간 부정적이니까 표현은 못 했는데 저 여자 참 대단하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백남룡 작가의 소설 ′벗′.
30년도 더 된 1988년 작품입니다.
프랑스어로도 번역돼 가장 많이 읽힌 한글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한국계 미국 교수가 영문으로 번역했는데 출간하자마자 미국에서 ′올해 책′ 세계 문학 부분에 선정됐습니다.
[임마누엘 김/조지워싱턴대 교수(소설 ′벗′ 번역)]
′벗′에는 강한 여자들이 많습니다. 이혼과 가정이 찢어지는 그 아픔. 너무나도 잘 그려져 있고요. 핵 문제를 떠나서 거기에도 나와 똑같은 인간적인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북한에선 법적으로 협의 이혼은 불가합니다.
가정 폭력이나 사상 문제 등 구체적 이혼 사유가 법에 적시돼있습니다.
[박정원/국민대 북한법제연구센터 소장]
″가정에 대한 통제 범위를 국가적 통제로 확대하면서 협의 이혼을 폐지를 하고 재판장 이혼만 가능하도록.″
이렇게 당 차원에서 이혼이 결정되다보니 이혼을 위해 뇌물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주희/탈북민(지난 2005년 이혼)]
″남편이 외도를 했어요. 가족법에는 (이혼 사유에) 해당이 되지만 나라의 한 세포가 깨지는 거는 우리 당의 의도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 (뇌물로) 휘발유 180리터 한 드럼을 재판소에다 주고 이혼을 했거든요.″
소설 속 주인공 ′순희′는 결국 재판소로부터 이혼 허락을 받아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도 순희의 삶이 주목을 받게 된 건 여전히 전세계 여성의 삶과도 맞물린 지점이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MBC뉴스 손령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김재현, 김백승 / 편집 :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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