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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하늘
엄마는 고독사 노숙자 된 장애 아들…아무도 묻지 않은 안부
입력 | 2020-12-14 20:27 수정 | 2020-12-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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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규모 재개발을 앞둔 서울 방배동의 한 빌라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지 일곱 달 만에 발견이 됐습니다.
발달 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은 엄마의 사망 이후 길에서 노숙을 하다 최근에야 사회 복지사에게 발견이 됐는데, 그 사이 이들의 안부를 물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초 서울 이수역 앞, 검은색 옷을 입은 한 남성이 모금함을 앞에 놓고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앉아있습니다.
무관심하게 스쳐지나가는 행인들 사이로 한 여성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잠시 서성이다 남성 앞에 쪼그려 앉습니다.
모금함 앞에 써놓은 글귀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겁니다.
남성이 흰 종이에 손으로 써 놓은 글귀는 ″엄마가 5월 3일에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 였습니다.
구걸을 한 남성은 발달장애가 있는 36살 최 모 씨였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여성은 50대 사회복지사였습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처음에는 말을 거니까) 도망간 거예요. 자기를 고기잡이 배로 데리고 가는 줄 알고…″
최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 번화가 길바닥에서 매일 노숙을 했습니다. 하루에 번 돈은 5천 원이었습니다.
최 씨는 약 석 달 전부터 이 자리에서 매일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한 달간 최 씨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한 끝에 정씨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습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어머니는 천국에 계시다고, 어머니의 몸은 거기에(집에) 그대로 계시다고 하셨어요.″
곧바로 경찰과 함께 찾은 최 씨의 집, 다세대주택 3층에는 60살 엄마 김 모 씨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부검 결과 지병인 뇌출혈 등이 악화돼 수 개월 전 숨진 걸로 조사됐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엄마의 시신이 훼손될까 이불로 워낙 꼼꼼히 밀봉한 탓에 발견 당시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
″(아들 말이) 기도만 하면 (엄마가) 살아날 것 같은데…파리도 끓고 하니까 방지하기 위해서 옆에 테이프로 막아놓고…″
엄마가 27년 전 이혼하면서 이들 모자는 전북에서 서울로 왔습니다.
이후 엄마가 일용직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이웃 주민]
″어렵게 산 모양인데,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겠고…″
집 앞에는 전해지지 못한 우편물과 밀린 가스와 전기, 휴대전화 요금의 독촉장이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건강보험료 통지서에는 12년 전부터 5백만 원이 넘게 연체된 걸로 적혀있습니다.
모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재작년부터 20여만 원씩 주거비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일반 가구′로 분류돼 지차제의 점검은 1년에 한 번뿐이었습니다.
지난 3월 주민센터에서 코로나19 방역용품을 받고 상담을 한 게 엄마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3월 9일 이후로는 따로 연락이 간 건 없단 말씀이시죠?) 네, 대면으로 만나뵌 적은 없습니다. (유선상으로도?) 네.″
코로나19 때문에 문 앞에 두고 간 마스크 한 상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들 모자의 집 앞.
주민센터는 이번 주 쌀과 김치를 전달하기 위해 찾아갈 계획이었다고 밝혔지만, 김 씨가 세상을 떠난 지 일곱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너무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모니터링을 한 다음에 사회안전망이 (확립)될 수 있도록 그런 게 정말 필요하다…″
장애인 등록조차 돼있지 않았던 아들 최 씨는 현재 구청 직원의 집에 머물고 있으며, 관계기관들은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전승현/영상편집: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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