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희형

[집중취재M] '수술실 CCTV' 의원들에게 물었더니…국민 여론에 '역주행'

입력 | 2021-06-02 20:50   수정 | 2021-08-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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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의사가 아닌 행정 직원들이 환자를 대리 수술하거나, 의료사고가 났을 경우, 심지어 의사가 성범죄를 저질러도 환자 입장에선 이걸 증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래서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하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국민의 뜻을 반영한다는 국회에선,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일일이 물어봤더니, 찬성하는 의원들이 절반도 안됐습니다.

조희형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척추전문병원인 인천21세기병원.

병원 행정직원들이 절개와 봉합을 하는 대리수술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몸에 칼을 대는 사람이 행정직원이란 사실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환자 A씨/21세기병원에서 수술]
″큰 병원에서 보건(복지부) 지정 병원에서 대리수술 할 거라고 누가 꿈에도 생각이나 했겠어요? 의심이나 했겠어요?″

지난 2018년 4월, 파주마디편한병원에선 어깨 수술을 받은 70대 안 모씨가 숨졌습니다.

행정직원이 안 씨를 수술했다는 사실은 사망 7개월 뒤에야 드러났습니다.

[파주마디편한병원 환자 유족]
″텔레비전에서 그때 대리수술 했다고 MBC에서 처음에 나왔잖아요. 그때 알았다니까. 그 전에는 모르죠.″

지난 2019년 4월, 서울 한 대학병원의 인턴 의사는 수술을 위해 마취된 여성 환자의 신체를 반복해 만졌습니다.

수술이 시작된 뒤에도 ′이 여성 신체 부위를 좀 더 만지고 싶으니 수술실에 더 있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병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습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5월26일 국회 공청회 직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수밖에 없는 무자격 대리수술, 유령수술, 성범죄 의료사고의 조직적 은폐행위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 강하게 얘기했고요.″

대리수술과 성범죄를 감시하고 의료사고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실안에 cctv를 설치하는 겁니다.

작년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9%, 10명 중 9명이 ′수술실 CCTV는 의무화돼야 한다′고 답할 정도로 찬성 여론은 압도적입니다.

그런데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병원은 전국에 14%에 불과합니다.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실에 CCTV를 달면 의사들이 의료분쟁을 우려해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처치를 하게 된다는 이윱니다.

[김종민/의사협회 보험이사 (5월26일 국회 공청회)]
″카메라 앞에서도 위축되는데 CCTV가 하루종일 비추는데 위축 안될까요?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에서 굉장히 소극적인 진료, 방어적인 진료의 수술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 환자를 촬영한 영상이 유출될 거라는 걱정도 합니다.

[이필수/의사협회장]
″CCTV 설치와 관리,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큰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므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자는 것이 다름이 아닙니다.″

과연 그럴까.

2년전 수술실안에 CCTV를 설치한 경기도의료원.

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는 수술실마다 CCTV가 한 대씩, 모두 24대가 설치돼있습니다.

수술장면은 환자 동의 하에 녹화되고, 음성은 녹음되지 않습니다.

도입 초창기엔 의사들이 반발해 수술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지만 일시적이었다고 합니다.

[정일용/경기도의료원장]
″실제로 그 의사선생님들이 처음에는 (CCTV) 인식을 했겠죠. 천장 모퉁이에다가 이렇게 달아놓는 겁니다. 그래서 있는지 없는지 잘 몰라요. 결과적으로는 뭐 다 적응을 하셨고요.″

1년 반 동안 환자들의 요구로 2천624건, 전체 수술의 66%가 녹화됐습니다.

그런데도 의사들이 우려했던 의료 분쟁은 없었습니다.

수술실 CCTV는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등 극단적인 범죄만 걸러내기 때문입니다.

[정일용/경기도의료원장]
″범죄에 해당하는 대리수술 아니면 폭행, 성희롱, 성추행, 이런 문제를 우리가 그걸 달아놓음으로써 예방하는 측면이 강한 거죠.″

국민 대다수가 도입을 원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지난해 7월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3차례 논의된 것이 전부. 좀처럼 진전이 없습니다.

MBC는 복지위 소속 여야의원 24명 전부의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수술실 내부 CCTV 설치에 찬성입장을 밝힌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에선 강병원, 강선우, 고민정, 고영인, 김원이, 남인순, 서영석, 최종윤, 최혜영, 허종식 의원 등 10명 국민의힘에선 이종성 의원 1명으로 모두 11명입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
″수술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라 기본적으로 불가능해요, 현행범을 잡아내는 게…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 막기 위해서는 현장을 직접 검증할 수 있는 그런 게 필요한 거죠.″

반면 국민의힘 강기윤, 백종헌, 서정숙, 조명희, 민주당 정춘숙 의원등 6명은 수술실 내부가 아닌 외부 입구에 CCTV를 설치하자는 입장입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
″(내부에 설치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각자 의료기술 노하우도 있기 때문에 노출되는걸 싫어하고…환자를 보호하면서 의사의 인격도 존중해주는 이런 걸 같이 고민해야 돼서…″″

나머지 의원들은 응답을 하지 않거나 입장을 유보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복지위 소속 의원 24명 가운데 11명 만이 수술실 내부 CCTV에 찬성하는 건데 과반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쪽으로 법안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도 전국 병원의 60%엔 수술실 입구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대리수술이나 수술실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송수명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어제)]
″국회는 하루빨리 수술실CCTV 설치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권은 의사들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봐야합니다.″

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자칫 ′수술실 입구 CCTV′ 법안으로 유명무실해져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세, 허원철/영상편집 : 양홍석/영상제공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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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측은 ″수술실 입구와 내부 모두 CCTV 설치에 찬성한다. 다만, 수술실 내부 CCTV 위치는 수술받는 환자의 인권 등을 고려하여 전문가 검토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설치해야한다″는 입장이었음을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