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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인
[바로간다] "악기 없어 국악만 배워요"…신설학교 3년치 예산 어디로?
입력 | 2021-06-25 20:16 수정 | 2021-06-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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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포트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김지인 기자입니다.
교실엔 칠판과 교탁, 책걸상이 부족하고, 운동장엔 축구 골대와 철봉 같은 기본적인 운동 시설조차 없는 중학교가 있습니다.
심지어 음악 시간엔 악기가 부족해 돈 안 드는 국악 수업만 주로 하고 한다는 이 학교, 산간 오지도 아닌 수도권에 새로 만들어진 2년이 채 안 된 중학교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경기도 광명의 한 공립 중학교.
새 건물에 운동장도 3곳이나 있는데, 정작 골대 하나 없는 허허벌판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운동장이지만, 축구 골대도, 이렇다 할 운동기구도, 햇빛 가림막도 전혀 없습니다.
작년엔 농구공이 없어 옆 학교에 빌렸을 정도입니다.
[A 중학교 학생]
″축구장이, 골대가 없어요. 쓰레기도 막 저희가 주웠어요.″
내부는 더 열악합니다.
[A 중학교 교사]
″지금 들어가는 곳이 기술실 준비실이거든요.″
학생들이 그린 설계도들이 바닥에 널려 있습니다.
[A 중학교 교사]
″열 개 반 아이들이 지금 수업하고 있는데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없으니까 이렇게 바닥에…″
학생 수 4백 명이 넘지만 서양악기는 그랜드 피아노 1대뿐.
장구 30여 개와 북 6개, 징 1개가 전부여서 음악 시간엔 국악만 주로 배웁니다.
[A 중학교 교사]
″우리 반 애들은 작년부터 국악만 하고 있어요. 한 반은 장구도 없어서 그냥 민요랑 시조 (수업을 하고요.)″
방송댄스 동아리 연습실에도 작은 거울 한 개가 전부.
[A 중학교 교사]
″전면 거울이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거(작은 거울) 보고 학생들이 연습하고 있습니다.″
가사실, 과학실, 기술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A 중학교 학생]
″청소 도구도 부족하고.″
(칠판이 요즘 식이 아니에요.)
″(분필 가루가) 날리고.″
((지우개도) 직접 빨아야 돼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작년에 개교할 때 받은 3년 치 예산은 5억 4천여만 원.
학교는 3년 동안 쓸 돈을 단 4개월 만에 다 써버렸습니다.
[A 중학교 학생]
″학생증도 안 만들어줘서 OO월드(놀이동산)도 못 가고 있어요. (학교에) 돈이 없어서요.″
어디다 돈을 다 써버린 걸까.
MBC가 입수한 이 학교 예산 집행 내역서입니다.
돈을 가장 많이 쓴 건 정수기 구입인데 무려 4천만 원.
남여 교직원 휴게실 공사에 1천2백만 원.
′교장실 가구 구입′에도 1천3백90만 원을 썼습니다.
[A 중학교 교사]
″(교장실) 소파는 다섯 명이 앉을 소파와 가운데 테이블. 그냥 일반적인 거예요. 뭐 거기에 금띠를 둘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수기의 경우도 렌트 대신, 한번에 구입한 것이 석연치 않습니다.
[A 중학교 교사]
″진짜 필요한 것부터 사야 하잖아요. 일단 학생들 칠판, TV, 책상, 걸상은 있어야 할 거 아녜요.″
예산 책임자인 행정실장 김 모 씨의 해명은 ″단순한 실수″라는 것.
[김 모 씨/A 중학교 행정실장]
″물품이나 애들 교육으로 해서 전부 다 들어간 거예요. 돈을 내가 뭐 떼어 먹고 그런 건 아무 것도 없어요.″
학교장은 아예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납득이 잘 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일부 교사들은 횡령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A 중학교 교사]
″(신설 학교 교장 선생님들은) 교육지원청에서 예산 연수를 받고 와요. (벌써 돈을 다 썼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예요.″
하지만 경기도 광명 교육지원청은 2차례 감사를 했지만 횡령은 확인이 안됐다며 교장과 행정실장과 실무 직원 등 3명에게 경징계와 주의, 경고 통보만 했습니다.
[광명 교육지원청 관계자]
″불법사항이라 고발하고 그랬으면, 바로 중징계 요청을 했겠죠. 지금 저희가 판단할 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이러는 사이 내년에 신입생까지 들어오면 수업 차질이 더 심해질 수 있는 상황.
경기도 교육청은 교육지원청이 제대로 감사를 했는지를 포함해 다시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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