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수근

"불러줄게, 받아적어"…정교사 '채용 장사'한 사립

입력 | 2021-07-20 20:07   수정 | 2021-07-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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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경기도의 한 사립 학교가 정규직으로 채용해 주는 대가로 기간제 교사 21명 한테 18억 원 넘는 뒷돈을 받아 오다 경찰에 적발 됐습니다.

한 사람한테, 많게는 1억 원 넘는 돈을 받고 채용 시험의 문제와 정답을 알려준 건데 만점을 받은 응시자한테는 너무 티가 날 거라면서 타박 하기도 했습니다.

김수근 기잡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평택의 한 사립 중고등학교.

작년 1월 국어·영어·수학 등 10개 과목 교사를 뽑는다고 공고했습니다.

13명 뽑는데 488명이나 응시하면서, 경쟁률이 37대 1이나 됐습니다.

공고가 난 뒤 학교 행정실 직원과 응시생 중 한 명의 전화 통화내용입니다.

″학교 행정실 직원 :XXX (선생님을) 안 뽑으면 그냥 미술 과목을, 다른 선생님을 안 뽑아요. 벌써 약속이 돼 있으니까.″

다른 응시자에게는 아예 반말로 문제를 불러줍니다.

[학교 교사]
″불러줄게. 받아 적어 알겠지? ′학교복지의 질 향상 위한 교사의 역할은?′″

[응시자]
″네, 적었어요.″

돈을 받고 시험 문제를 알려준 겁니다.

재단 이사장과 아들인 학교 행정실장은, 학교에서 일한 적 있는 기간제 교사 중 대상을 물색한 뒤 1명당 6천만 원에서 1억 1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기간제 교사 21명에게서 모두 18억 8천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문제를 모두 알고 만점을 받은 응시자에겐 타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교사
″수학 몇 개 틀렸어?″
[응시자]
″다 정답을 적었습니다.″
[학교 교사]
″아… (다른 응시자와) 갭(차이)이 너무 커가지고 한두 개 틀리지 그랬어.″

이 학교 최종면접까지 갔다 떨어진 한 응시자는 이젠 교사의 꿈을 접었다고 말합니다.

[교사 채용 응시자]
″한두명은 암암리에 그렇게 하실 수 있겠지만 모두를 이렇게 공정하지 않게 채용을 하실까… 트라우마를 좀 심하게 겪어가지고 저는 아예 다른 일을 선택했거든요.″

경찰은 행정실장과 현직 교사 등 3명을 구속하고, 금품을 건넨 기간제 교사 21명을 포함해 모두 3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는 사립학교 채용 전 과정을 교육청이 직접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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