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홍의표

[제보는 MBC] "가해자가 시설장 조카·남편"…성폭력 신고 못하는 복지사들

입력 | 2021-07-20 20:13   수정 | 2021-07-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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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제보는 MBC입니다.

최근 MBC로 사회복지사들이 성폭력을 당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바로 그들이 일하는 복지시설의 운영자들인데 보통 가족끼리 운영하는 폐쇄적인 구조이다 보니 시설 안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30대 남성인 노인보호센터 대표가, 여성 사회복지사의 팔을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복지사 측은 안에서 성추행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남편]
″강제로 손을 끌어다가 이렇게 만지게 해서 (성적인) 행위 하게끔 시키고, 싫다는 사람을…″

복지사의 남편이 전화를 걸자 대표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사회복지사 남편]
″직위를 이용해서 네가 그렇게 하면 되냐?
[센터 대표]
″그런 거 절대 아니거든요. 좋아하는 감정으로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고는 용서를 구한다며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집까지 찾아왔습니다.

[센터 대표]
″제가 선생님 만나뵈려고 여기 아래층에 왔거든요. 정말 죄송해서, 떨고 있거든요.″
[사회복지사 남편]
″네가 저지른 일이야. 서로 좋아했다고?″

그런데, 이 사회복지사는 신고를 하자니 직장을 그만둘 각오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가해자인 대표가 센터장의 조카였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사 남편]
″가족 집단이다 보니까, (신고)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어요. ′나만 덮어버리면 그만이겠다′…″

결국 지난달 말 경찰에 찾아가 지난 4월 차량에서 성폭행을, 사무실 등지에서 4차례 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습니다.

최근 피해자 측을 불러 조사한 경찰은, 확보된 진술과 메신저 내역 등 관련 증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표는 ″여성이 먼저 연락해온 적도 있다, 자신도 증거가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고, 센터 측은 ″대표 개인의 일″이라며 시설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북 임실의 한 노인복지센터의 여성 사회복지사가, 센터 차량을 운전하던 중 옆자리 70대 남성 직원에게 들은 말입니다.

[센터 직원]
″혼자 (성적인 행위) 당신도 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 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여자 나름대로 또 풀 수 있는 거고.″

허벅지 등 몸도 만졌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수치심이 많이 느껴지죠. 제 입으로 담기에는 성희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냥 팔을 만지고 주무르고…″

그런데 이 직원은 복지센터 대표의 남편이었습니다.

″센터장(대표)에게 말을 했으면 그날부터 저는 시달림을 당했을 거예요. ′센터장에게 찍히면 무조건 나가야 된다′…″

이 복지사도 직장에선 말도 못 꺼낸 채 경찰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센터장 남편]
″저는 그런 사실 없어요. 그 사람(사회복지사)이 나를 희롱했어요, 그 사람이. 여기를 망하게 할 작정인 것 같아요.″

최근 한 조사에서 사회복지사들 중 11%는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복지시설이 가족이 운영하거나 규모가 작은 폐쇄적인 구조여서, 문제 삼기가 어렵습니다.

[신현석/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런 잘못을 했을 때 스스로 징계를 하라고 (지방자치단체가) 권고하는 수준인데, 사실상 계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고.″

노인과 장애인 같은 가장 약한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복지사들이, 정작 자신들의 인권은 보장받지 못하는 셈입니다.

[사회복지사 남편]
″′왜 저렇게 멍청하게 당하고 있어?′,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 입장이 돼보면 어느 하나 말 못할 사람이 많이 있을 겁니다. 폭언하면서 강제로 끌고 가는데 무슨 힘이 있겠어요.″

MBC 뉴스 홍의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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