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신재웅

[단독] 납치됐던 김대중 육성…"박정희에 복수심 갖지 않겠다"

입력 | 2021-08-13 20:23   수정 | 2021-08-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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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정확히 48년 전 오늘, 재야 정치인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망명 중에 중앙정보부 요원들한테 납치됐다 기적처럼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외신 기자를 만나 납치 과정과 납치를 사주했던 박정희 정권을 향한 심경을 밝혔는데요.

그 육성을 MBC가 입수했습니다.

신재웅 기자가 공개합니다.

◀ 리포트 ▶

지난 1973년 8월, 일본 도쿄의 한 호텔.

망명 중이던 재야 정치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 요원 대여섯 명에게 납치됐습니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의 눈과 입을 테이프로 막고 배에 태운 뒤, 돌을 매달아 바다에 던질 것처럼 위협했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바뀌었는지 정신을 잃은 김 전 대통령을 서울 동교동 자택 앞에 두고 갑니다.

납치 129시간 만이었습니다.

[김대중/전 대통령(납치 사건 직후 기자회견)]
″괴한들에게 폭력으로 제압을 당하고 (저에게) 마취제를 써서 의식을 잃게 만들어서…″

이후 가택연금됐다 70일 만에 풀려난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뉴스위크 동경지국 버나드 크리셔 기자를 만났습니다.

김대중도서관 측이 최근 발견한 테이프에는, 통역이 배석한 2시간 동안의 당시 대화가 담겨있습니다.

[김대중/전 대통령(1973년 10월)]
″일본 국내에서 내가 다시 구출되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 한국에는 안 데리고 온다. 그렇게 판단했어요. 다시 말하면 나를 죽이기 위해서 납치했다, 한국으로 데려가면 국제적으로 큰 마이너스가 오는데 데려갈 리가 없다.″

중정요원들이 김 전 대통령이 머물던 호텔을 알아낸 건, 당시 야당인 민주통일당 당수 양일동 씨를 감시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김대중/전 대통령(1973년 10월)]
″양일동 씨가 김재권 씨(당시 도쿄 주일공사)를 만나서 나 만났단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양일동 씨만 따라붙으면 나를 잡을 수 있다…″

김재권 공사는, 박근혜 정권 당시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씨의 아버지입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직후지만 김 전 대통령은 정권 비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김대중/전 대통령(1973년 10월)]
″나는요, 박 대통령이 지금 하고 있는 정치, 이래가지고는 절대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을 강력히 가지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장래가 위험하다, 또 국민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원한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김대중/전 대통령(1973년 10월)]
″나는 박 대통령을 포함해서 어떤 개인에 대해서도 내가 개인적인 원한이라던가 어떤 복수심은 영원히 갖지 않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장신기 박사/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해, 용서, 과거사 청산에 대한 입장이 이미 이때부터 확고하게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김대중도서관 측은 김 전 대통령이 전두환 씨를 용서했다는 건 알려진 바 있지만, 박정희 정권에 대해 ′용서′를 언급한 자료가 공개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신재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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