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강나림

[제보는 MBC] 선배 의사 성추행 신고했더니…병원은 "사직서 내라"

입력 | 2021-08-13 20:27   수정 | 2021-08-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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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아주대 병원의 한 여성 전공의가 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해서 이 사실을 병원에 알렸는데, 병원 측은 오히려 피해자인 이 전공의에게 사표를 내라고 압박을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신고 한 달이 다된 지금까지도 가해자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보는 MBC, 강나림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 병원.

전공의 이 모 씨는 작년 3월, 선배 의사 양 모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저녁 자리 이후 강제로 신체를 더듬고, 자신의 집까지 데려가 수차례 추행을 했다는 겁니다.

[이 모 씨/성추행 피해 전공의]
″완력을 이용해서 벽에 밀어붙이고 또 몸과 얼굴, 어깨, 허리 등을 만지면서 끌어안고…여기서 나 진짜 큰일 날 수도 있겠다.″

당시 인턴이었던 이 씨는 가해자가 직장 선배인데다 이 씨가 원하는 전공의 면접관이라 신고를 못했습니다.

이 선배 의사는 2018년에도 이 씨를 길에서 끌어안고 추행했다고 합니다.

[이 모 씨]
″소문도 무섭고, 제가 지원할 과에 면접관으로 들어오는 사람이었고. ″안 뽑겠습니다″라고 하면 그 사람의 말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가해 의사와 같은 병원 같은 과에서 계속 마주치며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 씨는 결국 지난달 병원측에 성추행 사건을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의 대응은 이 씨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신고 직후부터 이 씨에게 사직서를 쓰라고 압박한 겁니다.

첫 신고 당시 ″일 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더니, 바로 다음날 ″사직 관련해 연락했다″고 문자가 왔고, 이틀 뒤엔 ″사직 의사가 확실하면 사직서를 작성하라″는 문자가 두 번이나 온 겁니다.

이 씨는 즉시 ″사직할 의사는 없다″는 뜻을 밝히고 대신 휴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미리 신청한 휴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하면서 ″무단 결근은 퇴직 사유″라고 압박했습니다.

[이 모 씨]
″(병원 측이) 정말 끊임없이 수차례 사직을 하셔야 된다, 무단결근은 퇴직 사유가 되니까 빨리 출근을 해라…″

결국 이 씨는 병가를 신청했는데, 병원은 한 달 가까이 가해자에 대해선 단 한 번도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씨는 최근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 모 씨]
″가해자는 너무 떳떳이 계속 일을 하고 있고, 일 처리는 늦게 되고 있고. 분리조치를 한다는 게 가해자를 분리시켜야 하는데 제가 스스로를 분리시키고 고립된 상황…″

아주대병원 측은 ″피해자가 휴가를 내 자연스럽게 분리 조치가 이뤄졌고, 가해자는 다음주 중 조사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완벽한 분리 조치를 위해 가해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추가로 보내왔습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양 씨는 취재진의 연락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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