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최지호

[집중취재M] '죽음의 사업장' 현대중공업‥개선 없이 숨기기 급급

입력 | 2021-10-01 20:21   수정 | 2021-10-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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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망 사고 발생 기업인 현대 중공업.

어제도 하청 업체 노동자가 포크레인에 치여 숨졌다는 보도를 전해 드렸죠.

저희가 현대 중공업의 산업 재해 관련 자료를 입수해서 분석해 봤더니, 창사 이후 지금까지, 작업 중에 숨진 노동자가 최소 470여 명에 달했습니다.

떨어짐이나 끼임 사고, 충돌 같은, 비슷한 유형의 사망 사고가 수십 년째 계속 되고 있는 건데요.

하지만 사측은 안전 관리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사고 원인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지호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2월, 현대중공업 LNG선 작업장.

선박 구조물을 조립하던 하청 업체 노동자 62살 김 모 씨가 갑자기 21m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작업하면서 올라섰던 발판이 고정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김 씨는 숨지고 말았습니다.

하청 업체 노동자가 작업을 하다 떨어져 숨지는 사고.

올해 5월에도, 7월에도 있었습니다.

8월에 추락한 하청 업체 노동자 김 모 씨는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동석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원청이든 누가 (안전) 관리를 해줘야 하는 건데 그게 아닌 거죠. 하도급만 주면 끝나는 건데… 빨리하라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집계한 중대재해자료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1973년 창사 이후 지금까지 작업을 하다 숨진 노동자는 최소 470여 명.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88년 이후, 사망원인으로 떨어짐이 62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 등에 끼임이 43건, 과로사 37건, 충돌이 15건 순입니다.

수십 년째 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건 공정에 쫓겨 무리하게 작업이 진행되고 안전관리는 뒷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전주희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투자는 소극적이고, 공정에 대한 개선이나 위험성 평가나 절차서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고가 반복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대중공업이 사고원인을 숨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2014년, 한 노동자가 작업장 안에서 호스에 목이 감겨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측이 목격자가 없다며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재판 결과는 달랐습니다.

고장 난 기기에서 분사된 쇳가루에 맞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재판부는 중대재해로 판단했습니다.

두 달 전, 한 노동자가 작업을 하다 떨어져 의식불명에 빠졌는데, 동료들은 선박 블록에서 작업을 하다가 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사다리에서 떨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안전난간 설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경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겁니다.

[정동석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작업지시서… 이런 것들을 서슴없이 조작하고 될 수 있으면 사건·사고의 진실을 재해자에게 덮어씌우려고 합니다.″

죽음의 작업장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대사망사고 발생 기업으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는 4건의 산재사망사고와 635건의 안전조치 미비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박다혜 / 변호사]
″구조적인 문제, 의사결정의 문제, 책임의 문제로 가야 될 텐데, 여전히 계속해서 사고가 발생하고 사람이 죽어도 책임이 올라가지 않는 거죠.″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최지호입니다.

영상취재 : 최 영(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