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주연

출생신고 없이 이미 성인?‥유령처럼 산 '세 자매'

입력 | 2021-12-31 20:17   수정 | 2021-12-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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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제주에서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살아온 20대와 10대 세 자매가 발견됐습니다.

수십 년 동안 교육과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유령처럼 살아왔는데,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박주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일, 제주도의 한 주민센터에 40대 A씨가 남편의 사망신고를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함께 온 딸이 어머니 A씨에게 자신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직원이 이상하게 여겨 확인해보니 딸 3명이 모두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였습니다.

세 자매의 나이는 23살과 21살, 그리고 14살.

A씨는 주민센터 직원에게, 숨진 남편과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로 함께 지내오다 보니, 자매를 출산한 뒤에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첫 애가 태어나고 제때 출생신고를 안 하고 일정 기간 지나 버리면 과태료도 내야하고 여러 가지 부담을 느꼈는지…″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대상도 아니어서, 이 같은 사실은 수십 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세 자매는 의무교육도,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책을 보거나 방송을 보며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 딸이 성인이 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자 검정고시를 치기 위해 A씨에게 출생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해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회복지사]
″다른 애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만 집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별문제 없다고) 다 커서 뭔가 일을 하려고 했더니 주민등록증이 없고 이러니까 불편해서…″

딸들은 모두 밝은 성격으로 건강하게 성장한 것으로 보이며, A씨는 출생신고를 못 해 딸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세 자매에 대한 신체나 정서적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자녀들을 교육적으로 방치한 혐의로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제주시는 세 자매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하고, 긴급생활지원도 결정했습니다.

MBC뉴스 박주연입니다.

영상취재: 문호성(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