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임경아

이사회 여성비율 세계 꼴찌 '중동국가 수준', 세계 최강 유리천장 깨질까?

입력 | 2022-03-07 20:39   수정 | 2022-03-07 20:41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기업의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구인 이사회.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는 온통 남성들뿐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다릅니다.

성별은 물론이고, 성 정체성, 인종까지. 다양성이 곧 창의적인 혁신의 원천이라고 보기 때문인데요.

한국의 이 악명 높은 유리천장, 최근에는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연 깨질 수 있을까요?

임경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은형]
″제1차 SC제일은행 이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SC제일은행의 올해 첫 정기 이사회.

이사회 6명 가운데 여성이 두 명입니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는 이사회 의장,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전 회장은 4년 차 사외이사입니다.

이사회의 3분의 1이 여성.

한국 기업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한국의 유리 천장은 악명이 높습니다.

국내 상장회사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4.2%.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에 이어 꼴찌에서 네 번째입니다.

성차별이 심한 중동 국가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이은형 / SC제일은행 이사회 의장]
″남녀 간의 역할 분담, 이런 것이 강하고 경력단절로 인해서 파이프라인에서 많은 여성들이 이탈한다는 것. 후보군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버리죠.″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세계 최대 생활용품 회사 P&G.

이사회 12명 가운데 여성이 절반인 6명입니다.

흑인이 두 명, 아시아인과 히스패닉도 한 명씩입니다.

P&G는 홈페이지에 이런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애플도 비슷합니다.

CEO인 팀 쿡은 동성애자이고, 캐나다 출신 여성운동가 안드레아 융을 비롯해, 이사회 9명 중 3명이 여성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렇게 이사회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건, 도덕적 의무 때문이 아닙니다.

성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류영재 / 서스틴베스트(ESG 평가기관) 대표]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그런 기업문화를 갖고 그런 데가 더 혁신에 유리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은 높은 퍼포먼스(성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8월부터 자산총액 2조 원이 넘는 상장기업의 이사회를 한쪽 성으로만 구성하지 못하는 법이 시행됩니다.

유리 천장 깨기 법입니다.

기업들은 앞다퉈 여성들을 이사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90%는 내부 승진이 아니라 외부에서 초빙한 사외이사입니다.

구색만 맞추는 겁니다.

실제로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들의 성과는 어떨까?

메리츠증권이 2018년에 선보인 ′더 우먼 펀드′.

여성 참여가 활발한 국내 기업 30여 곳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데, 지난해 12.8%의 수익률을 냈습니다.

코스피 평균의 3배가 넘습니다.

[박정임 / 메리츠자산운용 매니저]
″임원진이 조금 더 다양한 구성이 있을 때 뒷단의 수익성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의 건전성 측면에서 좀 더 우수한 측면이 보였다라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사회 다양성 비율이 30%를 넘는 기업만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임경아입니다.

영상취재 : 조윤기 / 영상편집 : 박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