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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구민
11년 만에 마련된 가습기 살균제 보상안…11년 고통은 빼고 보상?
입력 | 2022-03-22 20:27 수정 | 2022-03-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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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이 확인되면서,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나선 게 지난 2011년입니다.
어느덧 11년이 지났는데도, 수 천명의 피해자 대부분은 여전히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작년 10월에야 조정위원회가 출범했고, 이제 피해를 보상할 방안을 거의 만들었는데, 어쩐 일인지 피해자들은 거리에 나서 삭발을 하며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건지, 손구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은 집에 오자마자 약부터 찾습니다.
20번 넘게 폐렴을 앓았습니다.
30번 이상 폐렴에 걸린 한 살 위 오빠는 최근 백혈병 의심 증상까지 나타났고, 40대 엄마까지 폐렴을 달고 삽니다.
[채경선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먹는 약도 먹고, 남은 약은 제가 이렇게 분류해가지고‥ 다 호흡기 관련 약들을‥″
11년 전 연년생 아이를 얻게 된 뒤,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겠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썼던 게 비극이 됐습니다.
채씨 가족처럼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호소한 이들은 모두 7천여 명.
10년이 넘도록 제조·유통사들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올해 2월, 기업들이 참여한 조정위원회가 드디어 조정안을 제시했습니다.
기준은 피해 정도와 나이.
그런데 나이 기준이 살균제에 노출된 때가 아니라 지금 나이입니다.
47살 엄마의 보상금은 약 6천만 원 정도. 병을 앓기 시작한 11년 전 나이로 계산하면 1억 원 이상, 2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병으로 인한 고통을 보상해 주는 건데, 지금까지 11년 동안 겪은 고통은 쏙 빼고, 현재 이후 미래의 고통만 보상하는 셈입니다.
[채경선]
″집도 담보로 (대출) 받고, 그러다 보면 빚이 계속‥ 이자 갚고‥ 월급쟁이 생활이 그렇잖아요.″
아이들 역시 폐질환을 앓기 시작한 2살, 3살이 아니라, 13살, 14살 기준으로 보상금을 책정해 액수가 크게 줄어듭니다.
조정위 앞 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삭발을 하는 박수진 씨.
박 씨의 24살과 22살 아들 역시 폐질환을 앓았던 10대 학생 시절 고통은 전혀 보상받지 못하게 됩니다.
[박수진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기업들에게 전달해서, 잘 조정이 될 수 있도록‥″
보상의 또 다른 기준인 피해 정도, 즉 건강 상태도 문제입니다.
조정위는 2019년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보상금액을 따지기로 했는데, 피해자들이 병을 앓은 지 무려 8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8년 동안 치료를 받고 증상이 개선된 피해자들은, 8년 동안 치료에 들인 비용과 노력을 전혀 보상 못 받는 겁니다.
[박수진]
″태어나서 여태까지 산에 한번도 못 가봤어요. 수영도 못해요. 왜냐하면 숨을 몇 번 쉬어야 되기 때문에…″
실제로 폐 이식까지 받은 피해자조차 최고 등급인 ′초고도′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평생 병원에 다녀야 하는데, 이 보상안대로라면, 치료비조차 해결되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박수진]
″이걸 받아야 되냐 말아야 되냐, 이 비루한 싸움을 계속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조정위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달 말 최종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손구민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 영상편집: 배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