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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
[사건속으로] 이은해 사건으로 본 '가스라이팅'‥범죄 새 유형?
입력 | 2022-04-25 20:33 수정 | 2022-04-2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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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에 대한 구속 기간이 다음 달 초까지 연장이 됐죠.
이번 사건을 살펴보면, 숨진 남편이 이은해로부터 이른바 ′가스라이팅′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지배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데요.
조재영 기자가 가스라이팅 범죄의 특징에 대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이은해의 남편 故 윤 모 씨는 혼인신고 후에도 반지하 월셋방에서 혼자 살면서, 있는 돈을 전부 이은해에게 보냈습니다.
꼭 내야 할 방세를 내고도 질책을 들었습니다.
[이은해-故 윤 모 씨]
″오빠, 지금 월급 있는 거 일단 주고 어차피 일요일에 돈 들어온다며. <지금 160만 원에서 방 월세랑…> 냈어? 아… 내가 급한 거라고 얘기했잖아. <……>″
윤 씨의 누나가 찾아오는 걸 막지 않으면 자신이 하겠다고 말하는 이은해.
[이은해-故 윤 모 씨]
″오늘 온대? 내가 통화해? 통화해, 말아? <왜 이렇게 화를 내…> X나 짜증 나니까 그렇지. 왜 그렇게 제멋대로야?″
문제의 사건 당일, 남편이 다이빙하지 않으면 자신이 할 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은해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윤 씨는, 자신의 고통을 끝까지 주변에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은해-故 윤 모 씨]
″오빠, 정말 나 그만 만나고 싶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 어제 때린 거나 그런 거 때문에 그런 건 전혀 아니야.>″
나이와 학력, 직업 등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도 심리적으로 지배당하는 모습.
상대의 심리를 조종해 도구로 이용하는 관계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합니다.
1940년대 영화 <가스등>에서 남편이 아내의 유산을 빼앗기 위해 깜빡거리는 가스등을 멀쩡하다고 속이는 내용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처음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게 아니라, 친밀한 관계 속에서 서서히 괴롭힘의 수위를 높여가며 상대의 죄책감을 유도합니다.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가스라이팅이) 한 번에 일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피해자에게 어떤 신뢰를 갖게 하거나, 애정을 갖거나, 그런 지적능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이은해의 경우,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고도 상대를 파멸시키고 이득을 챙겼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
″갈등이 생기고 원치 않는 히스테리가 나오고, 떠난다고 하고, 그다음부터는 그런 분위기만 보여도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
가스라이팅을 피하려면, 특정 관계에서 ′너무 자주 자신만 사과하는지′,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피하게 되는지′, ′결정을 내리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일 / 영상편집: 나지연 / 영상출처: MBC <실화탐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