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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빈
무릎 꿇고 성폭행 사과한 육군 대위‥신고하자 '발뺌'
입력 | 2022-02-15 06:46 수정 | 2022-02-1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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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현역 육군 장교가, 술에 취해 잠든 대학 동창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피해자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던 가해자들은, 경찰 앞에서 태도가 돌변했다고 합니다.
정상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남성 네 명이 방에 펼쳐진 이불 위에서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녹음된 이들의 목소리.
[김 모 대위]
″A가 자고 있을 때.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성관계를 했습니다.″
[김 모 대위의 친구]
″정말 죄송합니다. 큰 죄를 지었습니다.
네 명 중 나머지 두 명은 ″일행의 성폭력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김 모 대위 일행]
″저희도 친구로서 진짜 죄송합니다. 말리지 못한 게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못 들었습니다.″
작년 10월, 피해자는 대학교 동창인 20대 후반 육군 대위 김 모씨로부터 ″친구들과 낚시하러 근처에 갈 예정인데, 함께 식사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른 일정 때문에 거절했다가, 저녁 늦게 술자리에 합류한 피해자는 이들의 숙소까지 함께 갔습니다.
술에 취해 잠들었는데, 김 대위에 이어 그날 처음 만난 김 대위의 민간인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다 깼다고 기억합니다.
울면서 저항했지만 제압당했다고 합니다.
[피해자]
″아파서 깼어요. 제가 소리를 못 지르게 손가락을 제 입에 넣고…″
경찰서 행정직원인 피해자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사진과 녹음을 남겼습니다.
녹취 분량만 한 시간 반, 네명 모두 무릎을 꿇고 두 명은 내내 용서를 구하며 사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사람 목숨 하나만 살려주세요.″
그런데,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경찰에 신고하자 태도가 돌변했다고 합니다.
[A씨]
″무릎 꿇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주변정리하려 하고…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도 ″합의한 성관계″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1시간 반 녹취에선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주장입니다.
김 대위는 MBC와의 통화해서 ″피해자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줄 알았다″면서 ″사과를 했던 건 흥분한 피해자를 진정시켜 오해를 풀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위는 이 사건 당시 결혼을 두 달 앞둔 예비신랑이었습니다.
[피해자]
″그 친구의 축복 바라면서 결혼도 축하한다는 기념에서 오븐도 사주고 그랬는데… 합의 하에 할 이유 자체가 없어요. (김 대위 친구는) 진짜 그날 만났던 사람이고…″
또 다른 가해자인 민간인 친구는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군 수사대는 김 대위에 대해, 경찰은 친구에 대해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각각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피해자]
″경찰 조직 안에 있는 저도 이렇게나 답답하고 힘든 부분이 있는데, 울고불고 언론 통해서 이렇게 해야만 수사가 되는지 저도 답답하더라고요.″
MBC뉴스 정상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