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역은 물론 서울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물량을 사서 취약계층에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요.
이런 취지로 얼마 전 LH가 민간아파트 수십 채를 한꺼번에 샀는데, 너무 비싸게 샀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토부 장관까지 ″국민혈세로 건설사 이익을 보장해주는 꼴″이라면서 내 돈이면 이 가격에 샀겠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철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입주는 이미 지난해 7월 시작됐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집이 많습니다.
1층 홍보 분양관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선 분양가 자체가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왔고 작년 2월 청약 경쟁률 역시 6대 1로 저조한 편이었습니다.
[지역 주민]
″역 앞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는데 같은 평수지만 제 거는 복층이란 말이에요. 2억 원대가 안 돼요. (가격이) 훨씬 낮죠.″
미계약 물량이 속출했고 업체는 지난해 7월 15% 할인분양에 나서기까지 했지만, 네 채 중 한 채밖에 분양이 안 됐습니다.
[인근 부동산 대표]
″지금 신축 같은 건 몇천(만 원)씩 다 내려갔더라고, 그래도 안 나가″
그런데 지난해 12월, LH는 이 아파트 전용면적 19~24제곱미터 36가구를, 2억 천만 원에서 2억 6천만 원에 사들였습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목적인데 분양가 대비 12% 정도 낮게 샀습니다.
민간 건설회사 물건을 공공기관이 나서서 매입한 데 대해 가격이 적정했는지 논란이 이어졌고 오늘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세금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 혈세로 건설사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LH 신임 사장에게 그간 진행된 매입임대사업 전반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LH는 애당초 할인 분양 대상이 아니었던 걸 할인받아 산 것이라고 해명했고, 시행사는 LH에게 판 가격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락견/칸타빌 수유팰리스 시행사 대표]
″손실은 다 떠안고 은행 원금하고 공사비 원금만 회수하자, 이게 지금 현재 우리 입장이에요.″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으로, 정부가 민간 미분양 아파트 매입 확대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매입 기준을 세우는 게 관건이 됐습니다.
[임재만/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 팔리면 당연히 가격 낮추는 거잖아요. 원가대로 사준다거나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실채권 처리하듯 해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