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정인

폐허 속 기적은 계속‥"가족이 되어줄게"

입력 | 2023-02-10 20:18   수정 | 2023-02-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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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비록 골든타임이 지났다곤 하지만 기적의 순간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0대 소년이 자신의 소변을 마시며 버틴 끝에, 94시간 만에 건강하게 구조됐고요.

숨진 엄마와 탯줄로 연결된 채 건물 잔해 속에서 태어난 아기가 있었죠.

이 아기의 가족이 돼 주겠다는 입양 요청이 전 세계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83시간.

88시간.

89시간.

′골든타임′이라는 72시간은 지났지만, 그래도 기적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17살 소년 아드난이 94시간 만에 구조됐습니다.

다시 만난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 모릅니다.

구조대원은 소년이 무사히 살아나온 것에 감사를 전합니다.

[야세민/구조대원]
″제게도 당신과 같은 아들이 있어요. 맹세컨대, (당신을 구하기 위해) 나흘간 잠을 자지 않았어요.″

소변을 마시며 꼬박 나흘을 버틴 소년은 인터뷰에 응할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드난 무함메드 코르쿳]
″화장실에 갔고, 살아남기 위해 제 소변을 마셨어요.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신 덕분입니다.″

드디어 먼저 구조된 딸을 만날 수 있게 된 아버지는 구조대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구조대원]
″당신을 야전병원으로 보낼 겁니다. 따님이 있는 곳으로요.″

[소너 거너 /74시간 만에 구조]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구조대원]
″…형제님, 저희도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족을 다시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잔해 밑에서 어렵게 구조된 시리아 소년, 모아즈가 가장 먼저 찾은 건 엄마 아빠입니다.

소년의 간절한 울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아직 잔해 밑에 있습니다.

가족을 모두 잃고, 폐허 속에서 태어난 아기.

엄마의 마지막 선물로 태어난 이 아기의 이름은 ′아야′, 아랍어로 ′기적′이라는 뜻입니다.

[하니 마아루푸/시리아 의사]
″아기는 건강합니다. 신께 영광을 돌립니다. 우린 아기의 이름을 ′아야′로 정했습니다.″

먼 친척이 아야를 데려갈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 역시 삶의 터전을 잃은 상황입니다.

기적처럼 태어난 아기에게 가족이 되어 주고 싶다는 수천 건의 입양 문의가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 샴, 넌 우리의 딸. 울지마. 아저씨가 노래 불러줄게.″

구조대원들은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손을 꼭 잡아주기도 합니다.

긴 어둠 끝에 빛을 마주한 생존자들은 환한 웃음을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정인입니다.

영상편집 : 류다예 / 출처 : 하얀헬멧 / @SyriaCivilDef, @MASalshei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