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은초

"배우자 불륜으로 생긴 아기까지 데려가라"‥억울한 남편

입력 | 2023-02-10 20:25   수정 | 2023-02-1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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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혼 소송을 하며 별거 중이던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다가 숨졌는데요.

출산 소식조차 몰랐던 남편이 법적 친부이자, 유일한 보호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태어난 아기를 돌보지 않았다면서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은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홀로 어린 딸들을 돌보고 있는 40대 남성.

아내는 1년 전 집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한 산부인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혼 소송을 벌이며 별거 중이던 부인이 아기를 낳다가 숨졌으니, 아기를 데리고 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 남성의 아기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는데, 숨진 부인의 내연남의 아기로 추정됩니다.

[피해 남성]
″′아이 아빠가 따로 있고, (보호자 기록에) 내 이름이 하나도 없지 않냐′(고 했더니, 병원에서) ′선생님이 서명을 해줘야만 입양도 됩니다′라고…″

그런데 남성이 아기를 데려가지 않자, 해당 산부인과는 방임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남성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현행법상 혼인관계 중 태어난 아기는 법적 남편이 친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법원에서 이혼 판결도 받아냈지만, 아기가 판결 일주일 전에 태어나면서 무의미해졌습니다.

[피해 남성]
″잠을 못 자고, 무슨 생각까지 하냐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솔직히 억장이 무너지죠. 왜냐하면 제 씨도 아닌데…″

지자체는 직권으로 아기를 남성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로 올릴 예정입니다.

현재 보호시설에서 임시 보호 중인 아기를 장기적으로 돌보기 위해서라도 출생신고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충북 청주시 관계자]
″아동 보호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아버님에게 이런 안내를 드린 사항이고요. 법률에 의해서 (출생신고) 의무자이기 때문에…″

가족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려면 따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데, 그에 따르는 비용과 시간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박융겸/변호사]
″이런 경우에는 ′친생 부인의 소′를 통해서 나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생물학적 아버지로 추정되는 내연남도 불러 조사할 계획입니다.

한편, 청주시는 출생신고 이후에도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진 않고 아기를 계속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MBC뉴스 김은초입니다.

영상취재: 신석호 / 충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