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은혜

지하철참사 20주기‥치유되지 않은 상처

입력 | 2023-02-18 20:25   수정 | 2023-02-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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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0년 전 오늘, 승객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생존 부상자들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은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20년 전 한복 주단을 운영하며 신앙심 깊은 평범한 50대였던 전영자 씨.

화재가 날거라곤 꿈에도 생각못하고 평소처럼 지하철 1080호 열차를 탔던 그날의 기억은 마치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전영자 / 대구지하철참사 부상자]
″앰뷸런스에 타니까 제가 말문이 막혔더라고요. 이미 말이 안 나오는 거라 기도가 막혀서 완전히 시커먼 게 다 들어가니까‥″

여전히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숨쉬기 힘들 때가 많지만, 신앙에 의지해 버텨온 전 씨는 같은 피해를 본 다른 이들을 걱정합니다.

[전영자 / 대구지하철참사 부상자]
″그때 국민학생 중학생 형제 하나가 있었을 겁니다. 서울에 치료를 가는데 가면서 막 덜덜덜 떠는 거예요. 불쌍해서 내가 진짜 가슴이 찢어지더라니까‥ 그걸 못 고치는데 어쩌나, 평생 가야 하는데…″

공식 집계된 대구지하철참사 부상자는 151명.

부상자 가족대책위는 당시 어리고 젊었던 부상자들의 경우 우울증, 대인기피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한 이도 있고, 대부분 학업, 결혼,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10여 명은 후두암 판정을, 69명은 음성언어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힘든 건 치유되지 않는 정신적 상처입니다.

[최남희 / 서울내러티브연구소장]
(지하철참사 당시 부상자 상담)
″트라우마 이후, 직후에 증상이 나타나고 이런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단 말이죠.″

부상자대책위는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 치료와 의료지원, 부상자들이 참사 이후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정확한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 방화가 아닌 총체적인 부실 대응, 안전망 오류가 부른 사회적 참사.

생존 부상자들의 상처를 치유할 지원과 후속 조치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MBC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 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