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백승우

[제보는 MBC] "음주운전, 내가 잡는다" 심야 추격전에 발 벗고 나선 시민들

입력 | 2023-07-12 20:27   수정 | 2023-07-1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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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얼마 전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천수 씨가 음주 사고를 내고 달아나던 운전자를 추격해서 화제가 됐었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이렇게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MBC에도 위험을 무릅쓴 채 음주 운전자 검거에 발벗고 나선 시청자들의 제보가 줄을 잇고 있는데요.

백승우 기자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6일 새벽 2시 경기 구리시의 한 도로.

승용차 한 대가 휘청거립니다.

옆 차선 차량과 부딪힐 뻔하더니, 다시 차선 분리대를 들이받을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뒤따라 운전하던 전범중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전범중 (신고 녹취)]
<예 긴급신고 112입니다.>
″어어어 제 앞에 음주운전하는 차 있는 거 같아서.″

신호에 걸려 멈추자 전 씨는 차에서 내려 앞차 운전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전범중 씨]
″술 먹었어요? 음주죠?″
[음주 운전자]
″안 했다니까요.″
[전범중 씨]
″옆에 차 대요. 경찰 부를게요.″
[음주 운전자]
″네, 부르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차 운전자는 좌회전하며 달아납니다.

전 씨도 따라붙었습니다.

도로 위 차들 사이를 헤집듯 한밤의 추격전이 벌어진 겁니다.

경찰과의 연락도 놓지 않았습니다.

″아 음주 신고했는데.″
<잠깐만요 제가 위치 좀 확인해볼게요.>
″미치겠네 진짜. 지금 도망가, 지금, 어어 사고 난다 어어.″

20여 분간 18km를 달아난 끝에 앞차는 포기한 듯 어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습니다.

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상태였습니다.

늦은 밤 귀갓길, 피곤하고 위험한 추적에 굳이 나선 이유를 물었습니다.

[전범중]
″내 주변 사람들이나 당장 모르는 사람들만 해도 그분들한테 또 피해가 갈 수도 있는 거고 그냥 이대로 보낼 수는 없겠다.″

지난달 한밤중 집으로 차를 몰던 이 모 씨도 앞범퍼가 떨어져 나간 차량이 비틀거리던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역시 경찰에 신고하고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신고 녹취]
″지구대 빨리 연락 좀 해서 저한테 연락 좀 주세요. 지금.″

15분가량 추격한 끝에 경찰과 힘을 합쳐 음주운전자를 붙잡았습니다.

[이 모 씨/제보자]
″운전하신 분이 눈이 일단 많이 풀려 계셨고, 차에서 내릴 때 당시 상의를 안 입고 있었고요.″

어제 새벽엔 성남 모란역 부근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역주행해 달아나던 차량을 견인차량 두 대가 출동해 앞뒤로 막아 세웠습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술을 마셨다″면서도 음주 측정은 거부해 입건됐고, 경찰은 견인차 운전자 두 명에 대한 포상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 영상편집: 안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