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은초

초대형 산불로 번진 담뱃불‥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 2023-12-10 20:21   수정 | 2023-12-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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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건조한 겨울철,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시기죠.

산불이 생태계에 남기는 피해는 극심한데, 정작 처벌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담뱃불이 산불로 이어져 축구장 120개 면적을 태웠는데 처벌은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김은초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칠흑 같은 어둠 속 시뻘건 불길이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타오릅니다.

지난 4월 옥천군 군북면에서 난 산불입니다.

이 불로 축구장 120개 크기의 산림 85만 ㎡가 잿더미로 변했고, 초대형 불길은 인근 마을까지 덮쳤습니다.

[송찬구/산불 피해 주민 (지난 4월)]
″(비닐하우스) 그 안에 내 운동 기구, 찜질방 기구‥전부 다 아까운 것 쌓아놨다가 몽땅 타버렸어.″

산불은 작은 담뱃불에서 시작됐습니다.

대청호 낚시객들이 피우고 털어낸 담배 불씨가 쌓여 있던 낙엽에 옮겨 붙으면서 산 전체로 번진 겁니다.

[이화수/주민 (지난 4월)]
″양쪽으로 (불이) 넘어오더라고. 집 근처 다 탔고 집만 안 탔어.″

산불은 산림을 훼손해 생태계에 타격을 주고 회복에도 오래 걸리지만, 법원은 낚시객들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가 극심하고 회복되지 않은 점이 인정되지만, 반성하고 있고 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산불을 내면 최고 징역 3년이나 3천만 원의 벌금형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실수라는 점을 감안해 법원은 징역형 집행유예나 적은 벌금형을 선고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충북에서 발생한 산불 100여 건 가운데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백만 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문현철/한국산불학회장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 파괴라는 측면에서 더 처벌을 강화해야 된다. 산불을 야기한 사람은 산불을 진화하고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을 다 손해 배상하도록‥″

충청북도는 타 버린 나무를 모두 베고 새로 심는 복구 작업에 나설 계획이지만,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최소 3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은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