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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1월 중순인데 잠에서 벌떡,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입력 | 2024-02-06 20:34 수정 | 2024-02-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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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절기상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관측 이후 처음으로 1월 중순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한겨울에 잠에서 깬 개구리는 매서운 한파를 무사히 견딜 수 있을지.
현인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 일원입니다.
웅덩이 한쪽 살얼음 주변에서 젤리 같은 물질이 떠 있습니다.
큰산개구리의 알입니다.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는 알 가운데 검은 점이 빠짐없이 박혀 있습니다.
이 점 하나하나가 올챙이로 변하고 개구리가 될 부분입니다.
알을 낳았다는 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깼다는 뜻입니다.
이곳 지리산의 큰산 개구리는 대한이 오기도 전에 알을 낳았는데요.
1월 중순에 첫 산란이 관측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진원/국립공원 연구원]
″올해는 1월 19일로 관찰한 이래 가장 빠른 산란을 보였습니다.″
올해 1월은 1973년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따뜻했습니다.
기록적인 고온이 개구리의 생체시계를 빠르게 돌린 겁니다.
때 이른 산란은 개구리에게 큰 위기입니다.
[송재영/국립공원 생태연구부장]
″날씨가 추워지면 물이 위에서부터 서서히 얼기 때문에 위에서 어는 경우에는 알이 얼어 죽는다고 봐야 되거든요.″
개구리알 주변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알을 발견한 지 사나흘 뒤 한파가 닥쳐 물이 다 얼고 눈도 내렸습니다.
며칠 뒤 날이 풀리며 얼음은 녹았지만, 일부 알은 검은 수정란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채영순/국립공원 시민과학자]
″얼음에 붙어 있어서 얼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상했을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개구리는 거미나 곤충을 먹는데, 너무 일찍 나오면 먹이가 없습니다.
얼어 죽고 탈진해 죽는 개구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서식지 파괴와 전염병에 신음하고 있는 개구리 등 양서류에 심각한 위협을 더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발표한 멸종위기종의 비율입니다.
파충류 21%, 포유류 25%, 양서류는 41%로 양서류의 위기가 특히 심각합니다.
2000년대 들어 양서류가 급감한 제1 원인을 분석한 지도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서식지 파괴, 중국은 남획, 유럽과 남미에서는 항아리 곰팡이와 라나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고 있습니다.
북미와 남미, 호주에서는 기후변화가 제 1 원인으로 떠올랐습니다.
[박대식/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기후변화가) 온도라든지 강수량만 변화를 시키는 게 아니고, 전염병이나 이런 것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양서류도 그런 쪽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어서.″
물과 뭍을 오가는 양서류는 수중과 육상 생태계를 잇는 허리와 같습니다.
양서류가 사라지면 다른 생태계도 위기에 빠지고 인간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 취재 : 손지윤 / 영상 편집 : 송지원 / 영상 제공 : 배옥경, 채영순, 국립공원연구원, AM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