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지은

[집중취재M] 잠수교에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안전은 뒷전?

입력 | 2024-06-19 20:34   수정 | 2024-06-1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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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서울시가 한강 잠수교를 아예 차 없는 보행 전용다리로 만들겠다며 설계 공모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네덜란드 건축회사가 낸 분홍색 공중 보행로 디자인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전문가들은 이 당선작이 안전 문제 등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디자인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길이 795m, 너비 18m의 진분홍색 보행로가 케이블에 매달린 채 반포대교 교각 사이사이로 매달려 있습니다.

서울시가 잠수교를 보행 전용 다리로 만들겠다며 지난달 발표한 설계 공모 당선작 입니다.

당선작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 네덜란드 국적 건축회사의 작품으로 서울시는 공모전에 상금 등 9억여 원을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안전을 무시한 디자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보행로와 이용객 무게를 케이블만으로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 케이블 설치가 반포대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석종/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
″미관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얇은 케이블로 매달아야 한다고 그러는데, 그 케이블로 매달아온다는 거는 바람이 불어도 이렇게 흔들릴 수가 있고요.″

설치 높이도 문젭니다.

잠수교에는 한강 최고홍수위가 표시돼 있습니다. 표시된 지점 위쪽으로 보행데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당선작이 제시한 보행로 설치 높이는 최고홍수위보다 1m 위인 14.7m 지점인데, 현행법상 한강에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계획홍수위 16.1m 보다 최소 2m 높게 달아야 합니다.

법대로 달 경우 반포대교 높이(19.8m)를 감안하면 보행 공간은 1.7m에 불과합니다.

[이석종/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
″그 구조물이 물의 흐름을 막잖아요. 그렇게 되면 상류에 있는 그 물의 수위가 올라가거든요. 수위가 올라가면 제방을 넘을 수도 있고″

공모작 기술 검토 위원도 결국 디자인을 우선시하면서 기술적 안전성 검토는 그저 참고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식/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 (공모작 기술 검토)]
″공모 성격상 창의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되는 부분은 있습니다만 이번 건과 같이 기술적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걸러내거나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거죠.″

서울시는 ″당선작은 기획안일 뿐 구체적 설계 전″이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문가들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책정된 공사비는 163억원, 완공은 2026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 영상편집: 임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