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고재민

대나무 비계는 없지만‥우리 초고층 건물들은?

입력 | 2025-11-28 20:07   수정 | 2025-11-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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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번 화재 피해를 키운 걸로 지목된 게 대나무 비계지요.

우리나라는 홍콩과 달리 금속 비계를 사용하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화재에 안전할지 점검해 봤는데요.

홍콩처럼 초고층 건물 주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고, 또 가연성 외장재를 활용한 오래된 건물은 화재가 나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습니다.

고재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아파트 외벽에 설치한 대나무 비계, 이번 홍콩 화재의 불쏘시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나 목재 같은 가연성 비계의 사용이 금지돼 있어 홍콩과 상황이 다릅니다.

하지만 아파트 외벽의 스티로폼 자재 같은 가연성 소재가 불을 키운 건 주목할 대목입니다.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의 오피스텔 건물 4층에서 시작된 대형 화재.

불에 잘 타는 알루미늄 패널을 외장재로 사용한 탓에 불은 불과 30분 만에 38층 꼭대기까지 번졌습니다.

2015년 13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경우 필로티 구조의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외벽에 단열재를 바르는 ′드라이비트′ 공법이 불을 키웠습니다.

[채승언/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
″드라이비트는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화재가 확산하는 데는 다른 구조보다 굉장히 취약하거든요.″

잇따른 대형 화재에 정부는 2015년에는 6층 이상 건축물에, 2019년에는 3층 이상 건축물에 불에 잘 타지 않는 외장재를 쓰도록 기준을 잇달아 정비했습니다.

문제는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바뀐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필로티 구조이면서 가연성 외장재가 쓰인 주택만 따져도 최근 11만 6천 동으로 집계됐습니다.

홍콩처럼 고층 주거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136동, 31층에서 49층짜리 준초고층 건물은 4,620동입니다.

하지만 불과 연기를 피할 수 있는 피난 안전구역이 모든 고층 건물에 있는 게 아닙니다.

초고층 건물은 최대 30층마다 1개 이상의 피난 안전구역을 꼭 둬야 하지만, 준초고층은 설치 의무가 없습니다.

피난 안전구역을 안 만들려고 일부러 50층 미만으로 짓기도 합니다.

[류상일/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그러면 초고층 건물에 해당하지 않으니까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해서 시설을 안 해놓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홍콩과 같은 대형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국내 초고층 건물 주민의 피난 숙련도를 높이고,

노후 고층 건물 외장재에 대한 전수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편집: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