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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정
도시 전체가 무대, 배우 겸 연출자가 된 관객
입력 | 2026-04-05 20:22 수정 | 2026-04-0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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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무대도, 조명도, 등장하는 배우도 없는 공연이 있습니다.
대신, 관객들은 객석이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직접 무선 헤드폰을 쓰고 곳곳을 누비는 경험을 하는데요.
이번 서울 공연에는 ai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임소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오후 4시, 관객들은 극장이 아닌 서울 국립현충원 잔디밭에 모였습니다.
하나씩 나눠준 헤드폰.
AI 음성이 말을 걸어옵니다.
″서울에 어서오세요. 이 묘지에 어서오세요.″
관객들은 이내 안내대로 움직입니다.
″묘지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보자.″
빼곡한 비석 사이에서 AI는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합니다.
″인생에선 각자 자신만의 길을 걷지. 각각 다르고 특별해.″
AI가 안내할 뿐 무대도, 배우도 없는 공연.
2시간 동안 도시 속 일상의 공간을 무대로, 관객이 직접 배우가 됩니다.
″배우 대부분이 바삐 서두르는 캐릭터를 연기해.″
이웃 시민들의 평범하고 바쁜 일상 속.
관객들에겐 지하철 안은 클럽이, 에스컬레이터는 발레 교실이 됩니다.
익숙한 도시와 일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독일의 참여형 공연이, 세계 65개 도시를 거쳐 서울에 상륙했습니다.
이번엔 특히 AI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외르크 카렌바워/′리모트 서울′ 현지 연출]
″우리가 점점 더 많은 결정과 생각을 AI에 맡기고 있는 모습, 그걸 유희적인 방식으로 되돌아보는 것이죠.″
AI가 던진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AI의 요구에 응할지 결정한 뒤 실제 행동하기까지, 모두 관객의 몫입니다.
[김서원·김민재/관람객]
″인생의 주인공을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이제 무대를 세상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약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작년부터 이어진 관객 참여형 작품들.
관객들은 각종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72시간 동안, 공연장을 들락거리면서, 눕고 대화하는가 하면, 7층 규모 호텔을 마음대로 탐험하며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저 지켜보는 존재였던 관객은 이제 움직이며 공연을 경험하는 존재가 됩니다.
[김소연/관람객]
″많은 분들이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창작자이자 주최자가 되고 있잖아요. 직접 체험하면서 느끼는 그런 주도성이 좀 더 강해지신 것 같아요.″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 속 빠르고 자극적인 볼거리가 넘쳐나고,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AI가 척척 답변을 내놓는 세상.
관객들을 객석에서 일으켜 세운 공연들은, 이 시대 예술의 역할을 묻고 스스로 답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변준언 / 영상편집: 박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