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층이 처벌될 위기에 처하자 돌연 아랫사람들이 총대를 메고 나서는데 최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에도 연루된 하나은행, 은행과 모피아의 끈끈한 공생관계를 추적한다
지난 2017년 불거진 금융권 채용비리 사건. 하나은행은 2015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450명을 뽑았는데, 이 가운데 64명이 점수 조작 등 특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 담당자들이 비밀리에 관리하던 ′추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응시생들이었다. 추천한 사람은 은행장과 부행장 등 은행 최고위급. 당시 하나은행은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 응시생을 뽑기 위해 최종합격자들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검찰은 채용비리 혐의로 부회장 등 임직원을 기소했다. 그런데 인사부장들은 모두 자기가 다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는데... 당시 은행에 청탁을 넣은 사람들은 정관계 인사라고만 알려졌을 뿐 수사도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채용비리와 비슷한 시기 하나은행은 인사 청탁 비리에도 연루됐다. 최순실 씨가 자신의 일을 집사처럼 봐주던 하나은행 직원의 승진을 청탁한 것. 청탁은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경제수석,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하나은행에 전달됐다.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자, 당시 청탁을 받았던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책임론도 제기되는데… 그런데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은행장은 당시 회장님의 지시 없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회장을 감싸고 나섰다. 위법이나 부정을 실행한 사람은 있는데, 지시한 사람은 없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하나은행은 최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에도 연루됐다. 수탁사였던 하나은행은 고객에게 돌려줄 환매 자금에 구멍이 나자, 은행돈으로 메꿔준 것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옵티머스 펀드가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부실 사채에 투자하는 데도 하나은행은 경고음을 울리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하나은행의 최고위급 간부가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하나은행과 옵티머스가 애당초 어떻게 엮이기 시작했는지 추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