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보적인 포털 1위, ′공룡′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기업, 네이버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이지선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지선 ▶
안녕하세요.
◀ 조승원 ▶
네이버 시가총액이 어마어마하죠? 50조 원에 육박하잖아요?
◀ 이지선 ▶
올해 7월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좀 빠져서 47조 원으로 7위인데, 현대차보다도 큽니다.
◀ 허일후 ▶
네이버 시가총액이 현대차보다 크다고요? 와, 거의 재벌급이네요?
◀ 이지선 ▶
그렇습니다.
압도적 검색 점유율을 바탕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 허일후 ▶
그래서 독점 논란이 항상 뒤따르잖아요?
◀ 이지선 ▶
오늘 이 독점 논란을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네이버의 폭풍 성장, 그 뒤에는 네이버만의 비법이 숨어 있었습니다.
◀ 허일후 ▶
그 비법이 뭡니까?
◀ 이지선 ▶
바로 알고리즘 조작입니다.
◀ 허일후 ▶
알고리즘 조작! 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얼마 전에 발표했잖아요? 이 사건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자세히 다룬 언론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 이지선 ▶
쇼핑부터 여론까지, 네이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독점 논란, 스트레이트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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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압도적 공룡 포털, 네이버.
검색 광고와 네이버쇼핑을 합친 비즈니스플랫폼 부문의 매출은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3조 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쇼핑의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거래액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2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를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라섰습니다.
네이버가 직접 뛰어든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는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작년 대비 72%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2000년대 중반부터 가격비교 서비스의 강자였습니다.
오픈마켓은 물론 홈쇼핑과 백화점, 마트까지 거의 모든 온라인 상품의 가격 정보를 비교해주는 서비스.
네이버가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고, 카카오, 다나와, 에누리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2년, 네이버가 오픈마켓 시장에도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스마트스토어입니다.
여러 오픈마켓 상품을 비교해주던 심판이, 아예 직접 선수로도 뛰기 시작한 겁니다.
심판이 직접 선수로 뛰어든 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알고리즘 조작 1> 가중치 조작
온라인 쇼핑에 직접 진출하기 직전인 2012년 2월.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에 손을 댔습니다.
자사 오픈마켓에만 가중치 1을 부여하고, 다른 쇼핑사이트들에는 0.99나 0.97같이 1보다 작은 가중치를 부여했습니다.
이 말은 검색 결과를 보여줄 때, 경쟁업체 상품의 점수가 더 높아도, 네이버 스토어 상품이 더 위에 뜰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시장 진출 초기 성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다른 오픈마켓에 비해 네이버 스토어 상품의 노출 비율은 별 볼 일 없었습니다.
<알고리즘 조작 2> 최소노출 보장
사업 시작 3개월만인 2012년 7월, 네이버는 또 검색 알고리즘에 손을 댔습니다.
이번엔 네이버 스토어 상품에만 ′최소 노출 보장′이라는 특권을 부여합니다.
검색 결과에 네이버 스토어 상품이 최소 15%가 보이도록 바꾼 겁니다.
반년도 지나지 않은 그해 12월 최소 노출비율을 페이지당 20%로 높였습니다.
다른 쇼핑사이트에 더 싸고 인기 있는 상품이 많아도, 네이버 스토어 입점 상품이 무조건 20%는 보이도록 조작한 겁니다.
<알고리즘 조작 3> 또 가중치 조작
오픈마켓 진출 이듬해인 2013년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을 또 바꿉니다.
네이버 스토어 입점 상품에게만 가중치 1.5를 부여했습니다.
1년 전에는 다른 쇼핑사이트 상품의 가중치를 1미만으로 낮췄는데, 이번에는 훨씬 대담하고 노골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한 겁니다.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작은 점점 더 진화했습니다.
<알고리즘 조작 4> 동일몰 로직
2013년 9월 네이버는 ′동일몰 로직′이라는 알고리즘을 추가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검색 결과에 지마켓 상품 3개가 연속해서 뜨는 경우,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페이지 아래쪽으로 끌어내립니다.
그런데 유독, 네이버 스토어 상품에는 이 동일몰 로직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네이버 스토어 입점 상품은 검색 순위에 몇 개가 연달아 뜨더라도, 그대로 보여준 겁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습니다.
검색 결과 상위권이 네이버 스토어 상품들로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봐도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 상품만 노골적으로 특혜를 준 게 티날 수밖에 없게 된 상황.
네이버는 곧바로 컷오프라는 알고리즘을 다시 적용했습니다.
즉 검색결과창 한 페이지에, 네이버 상품이 최대 20%, 즉 40개 중 8개까지만 노출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검색 결과에 여러 개가 연달아 붙어나와도 네이버 스토어 상품만 그대로 노출시켜주는 특권은 유지시켰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검색 페이지 전체가 네이버 상품으로 도배되지는 않으면서도, 가장 위에 노출되는 10개 상품 가운데 4.2개가 네이버 스토어 상품으로 채워진 겁니다.
[송상민/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내가 심판이면서 플레이어도 같이한다. 그런데 심판이 공정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자기편 선수한테는 점수도 더 주고, 뭐도 더 알려주고 이렇게 해서 차별이 있었다.″
<알고리즘 조작 5> 네이버페이 특혜
2015년 네이버는 금융업에 진출합니다.
네이버페이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또 알고리즘이 바뀝니다.
네이버 스토어 입점 업체는 결제 수단으로 반드시 네이버페이를 써야 했습니다.
따라서 네이버페이의 매출을 늘리려면, 입점 상품의 노출을 더 늘려야 했습니다.
2015년 4월 9일, 네이버 직원들이 주고받은 내부 이메일입니다.
[직원 1]
″쇼핑검색 로직을 조금 변경하려 합니다. 현재 스토어 도배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략 20% 컷오프 로직이 들어가 있는데요, 이 비율을 얼만큼, 어느 정도 속도로 조정해갈 것인가? 외부 이슈를 hedge(위험 회피)하면서 갈 숫자를 찍어야 하는데요.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직원 2]
″염려되는 부분이 제휴몰에서 이슈 제기일 텐데요, 혹시 5%씩 늘려가면서 외부 반응을 살펴볼 순 없나요? 25, 30, 35% 이런 식으로 조금씩 늘려가면서 외부 반응을 보면 적정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직원 1]
″네이버페이 아이콘 디자인이 세지면서 좀 걱정스럽긴 하더라구요. ㅠ 분명히 누군가 이 숫자 세고 있다에 열 표 던집니다.″
[직원 2]
″OOO 셀장님(임원)이 먼저 ″검색에서 네이버페이를 좀 더 레버(leverage = 지렛대 효과)해주면 안 되겠냐″고 먼저 들이미신 내용이라… 마지막 콜 주시면 모델링과 실험 진행 들어가겠습니다.″
[직원 3]
″저는 콜입니다!″
임원의 지시에 따라 입점 상품의 노출 비율을 올리겠다는 뜻입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리면 티가 나서 경쟁업체들이 알아채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니, 조금씩만 올리겠다는 얘기도 오갔습니다.
당시 네이버 내부에서 이런 식의 알고리즘 조작이 문제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두 달 뒤인 2015년 6월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출시하면서, 페이지당 네이버 스토어 상품의 노출 갯수 상한을 기존 8개에서 10개로 늘렸습니다.
8년 동안 이어진 알고리즘 조작. 이렇게 알고리즘을 바꾼 사실은 철저하게 비밀이었습니다.
2015년 5%에 불과했던 네이버 스토어의 시장 점유율은 불과 3년 만인 2018년 21%로 4배 이상 뛰었습니다.
반면 다른 오픈마켓 경쟁사들의 점유율은 일제히 크게 하락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독과점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과징금 265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송상민/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검색의 힘을 이용해서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을 하고,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상단에 노출해서, 소비자도 기만하고 경쟁 왜곡도 발생시킨 행위여서 저희가 제재를 한 거고…″
그러나 네이버가 이런 조작 행위로 8년간 얼마를 부당하게 벌었는지 과징금은 왜 265억 원으로 정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전체 내용은 유튜브, WAAVE, MBC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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