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는 건 뭐 남북한이 뭐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의과대학을 일단 나와야 의사가 되는 거고요. 의과대학도 뭐 당연히 공부를 잘해야 가는 것도 남한과 북한이 같은 것 같습니다.
◀ 김수연 ▶
평양의학대학에서도 평양판 스카이캐슬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었습니다. 그만큼 북한에서도 돈을 들여서라도 의과대학에 보내고 싶어하는 그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북한에서 의사들은 굉장히 높은 지위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똑같은 배급을 받고 있는 직종이기 때문에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다 같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요즘 북한 매체에서 반복해서 소개하는 한 의료진이 있는데요. 먼저 화면으로 볼까요?
″인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길에 깨끗한 양심과 진정을 바쳐가는 우리 시대 참된 보건일군들의 대오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여기는 황해남도의 한 군 병원. 북한 티비가 참된 보건 일꾼으로 소개하는 사람은 산부인과 안경실 간호장입니다. 간호사로 40여 년을 일하면서 자신의 피 5천 밀리리터를 수혈하고 피부도 바쳤다고 합니다.
″제가 안경실 동지와 함께한지도 수십년 세월이 흘렀습니다.병원에 위급한 환자가 들어올 때마다 제일 먼저 자기의 피를 바치고, 살을 바치고...″
◀ 김필국 앵커 ▶
동료 의사들의 칭찬 릴레이에 이어 환자들의 입을 빌려서 감동 사연을 소개합니다.
″70여일 동안이나 내 머리맡에 앉아 간호를 해주었습니다. 지난해 뜻밖의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었습니다. 이때 안경실 간호장 동지는 자기의 피부를 서슴없이 저에게 이식해 주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간호장 안경실의 사연은 노동신문 등 매체를 장식하기도 했고 이후 현 시대 정성운동의 전형이라며 특집 프로그램도 제작됐습니다.
″전체 인민이 건재하고 건강해야 당도 있고 국가도 있고 이 땅의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하시는 위대한 어버이 그 뜻을 한생 변함없이 받들고 싶을 뿐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네 강조되는 부분이 의료진이 자신의 피와 살을 환자에게 내어준다 이런 거네요?
◀ 김지은 ▶
네 북한 보건의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아 그래요?
◀ 김지은 ▶
네 기본적으로 보건의료인은 환자들에 대한 지극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피든 살이든 환자한테 필요하면 내어줄 수 있는 그런 뭐 심성 인성 인품 그런 걸 가져야 된다. 그게 보건의료인으로서의 기본 덕목 중에 하나고요.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또 보건의료인들은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김수연 ▶
저희가 탈북민들이 인터뷰 했었을 때도 발이 동상이 걸렸을 때 이제 고난의 행군 시기였기 때문에 병원의 의료시설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의사들이 와서 격려해주고 생일상도 차려주고 그랬다는 얘기도 들었었고요. 그리고 의료진 인터뷰에서는 본인이 직접 수혈을 했다든지 아니면 피부 이식을 했다는 그런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수혈이나 피부 이식 같은 거는 저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요. 원장님도 북한에 계실 때 그러면은 해보셨어요?
◀ 김지은 ▶
저는 기본적으로 내과 소아과를 했기 때문에 사실 뭐 피부를 떼어주거나 이런 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외과나 이런 선생님들은 가끔 그런 일들이 있었죠. 흔하다기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한국에 계시는 의료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면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런 생각을 하실 것 같지만 북한에서는 계속 그렇게 해야 된다고 강조를 받았었기 때문에 그 상황이 되면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 제가 지금 북한을 떠나서 한국에 나와서 생각을 하게 되면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그때 그렇게 할 수 있었지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죠.
◀ 차미연 앵커 ▶
자 북한에서 환자에게 이 자신의 피와 살을 나눠주는 이야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북한 의료 영웅들의 공통점 영상으로 한 번 만나보시죠.
″2년 전, 여기 황해북인민병원에서는 한 명의 구급환자가 실려왔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인민에게 사랑받는 의사라면서 북한 티비가 소개한 정형외과 의사 장시간 수술로 출혈성 쇼크에 빠진 환자를 위해서 자신의 피를 수혈했습니다.
″그 시각 송윤희 동무는 주저 없이 자기의 피를 환자에게 바쳤습니다. 환자의 몸으로는 한 방울 한 방울 윤희동무의 피가 흘러갔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티비가 소개한 또 다른 의료 영웅 의대생들도 있습니다.
″제가 전신 48%에 3도 화상을 입고 정말 죽음을 다 선고받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함흥의료대학 학생들이 자기들의 피와 살을 아낌없이 떼서 저에게 붙여주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화상 입은 병사를 위해서 의료진과 의대생들이 서로 자기의 피부를 떼어가라고 몰려들어서 병원 복도를 가득 메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웅담처럼 전하기도 합니다.
″저마다 자기의 피부를 먼저 떼어달라고 목청높이 외치는 감동적인 이 화폭의 주인공들은 병사의 부모나 형제가 아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이렇게 환자에게 피와 살을 나눠준 의료진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이 정성을 강조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인간에 대한 지극한 정성을 지니면 못 고칠 병이 없다는 우리 수령님의 뜻대로 일했기 때문에 기적을 창조할 수 있었다.″
◀ 김필국 앵커 ▶
정성을 지니면 못 고칠 병이 없다면서 피와 살을 나누는 정성을 강조하는데 원장님도 북한에 있을 때 이런 말 많이 들으셨겠네요?
◀ 김지은 ▶
아이 그럼요. 굉장히 오래전부터 정성 정성 했죠. 북한 보건의료에서는 정성이라는 단어가 모토예요. 그래서 병원에 들어가려고 하면 병원 간판에도 정성이 붙어있고요. 복도에도 뭐 정성 포스터가 다 붙어있고 심지어 의료진들은 다 이렇게 가슴에 뱃지를 답니다. 정성이라는 그 글씨가 들어간 뱃지를 달고 있죠. 이렇게 정성을 강조하는 굉장히 헌신했던 의료인들이나 이런 기사들이 나오면 병원 같은 데서는 다 같이 읽고 또 시간 맞춰서 다 같이 거기에 대해서 토론을 합니다. 저 사람이 그 모습에 비추어서 나를 생각할 때 나는 저런 희생정신이 그동안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 더 잘 하겠다. 이런 식으로 교양 교육 교양이 이루어집니다.
◀ 김수연 ▶
저도 이제 병원을 방문했었을 때 정성이 지극하면 도로에도 꽃이 핀다 뭐 정성이 진짜 불사약이다 환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이런 표어들을 굉장히 많이 봤었고요. 이거는 이제 북한에서는 정성 운동이다 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고요. 실제로 1980년도 인민보건법에는 보건 일꾼들은 정성 운동을 통해서 환자를 제 몸과 같이 살피고 정성스럽게 치료해야 한다라고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의사 선생님이 마음을 다 해주면 좋죠.
◀ 김필국 앵커 ▶
물론 좋죠.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우리 상식으로는 저렇게 막 수혈까지 해주고 이런 거는 이해가 좀 잘 안 되기는 하는데요. 그런 게 북한 의료인들한테는 모범이라는 거잖아요.
◀ 김필국 앵커 ▶
그렇죠.
◀ 차미연 앵커 ▶
그러면 이 정성 운동이 치료에는 얼마나 효과적인지 사실 물음표거든요.
◀ 김수연 ▶
환자를 향한 정성은 이제 치료 측면에서는 좀 의문점이 있습니다. 보건 기술을 갖추고 그리고 환자를 잘 돌보겠다라는 여러 가지 의료 지식을 갖췄을 때 다양하게 잘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단 한 명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 의료진들이 다 투입돼가지고 이렇게 한다라는 것은 좀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고요. 그래서 이런 정성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환자를 살려야 할 그런 의료 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필국 앵커 ▶
사실 북한은 꽤 오래전부터 보건의료 분야 대중혁신 운동으로 정성 운동을 강조해왔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의료진의 정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겠죠?
◀ 김지은 ▶
기본적으로 북한은 국민들이 그 모든 건강은 국가가 책임진다 이렇게 하고 사회주의적인 의료 정책을 세웠던 거죠. 그런데 최근에 와서 고난의 행군을 겪고 또 코로나로 인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오면서 국가가 보건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고 하니까 북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다 국가에서 해주던 것이 국가에서 안 해주면 못 해주면 어찌 됐든 국가를 신뢰할 수가 없는 거예요. 보건의료가 또 사람이 생명을 죽고 살고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한테는 상당히 직접적으로 밀접히 연관이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국민들이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가 당신들이 의료를 건강을 그래도 책임지는 입장에 서있습니다. 하는 걸 지속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거죠. 거기에서 이 정성이라는 이 모토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수연 ▶
정성 운동은 어떻게 보면 사상 운동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는 강조를 했지만 헌신과 정성이 과연 의료인들 사이에서 자발적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꽤 있었습니다. 또한 현대적인 의료 설비라든지 그런 마취제, 항생제 그런 기초적인 의약품이 사실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들은 오히려 또 의료에서 소외되는 현실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요즘 소아과나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은 의사가 많이 부족하다고 하죠 피와 살을 나누는 정성까지는 아니어도 필수 의료 분야에 의료진이 부족해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다음 시간에는 북한이 최근 정성 운동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는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