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상현

부산행 '통일열차' 유엔공원 마라도함

입력 | 2023-06-24 07:54   수정 | 2023-06-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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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내일은 6.25 전쟁이 발발했던 날이죠?

올해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한데요.

전국 각지에서 관련 행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참전용사와 보훈가족들이 열차를 타고 특별한 곳을 방문하기도 했다는데요.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른 아침, 서울역에 모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열차에 오릅니다.

목적지는 부산.

서울에 거주하는 참전용사와 보훈가족들로,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먼저 6.25전쟁 유엔군 전사자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김영곤/월남전 참전용사]
″월남 갔다 와 가지고 그 다음에 바로 여기서 근무했었거든요 한 1년간. 그리고 특히 유엔묘지는 아침에 조깅코스였어요. 무려 53년 만에 오니까 좀 새로워지네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준비한 행사로, 200여 명이 참가해 먼저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다 함께 묵념!″

[석동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한미동맹 70주년, 또 6.25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지 않습니까? 특별한 해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안보 환경을 직접 체험하는 행사로서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을 한번 다녀오자는 뜻이 모여서 오늘 이른 아침부터 열차로 이렇게 온 것입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묘지죠? 이곳 유엔기념공원엔 현재, 한국전쟁때 희생됐던 11개국2300여명의 유엔군 장병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머나 먼 타국에서 건너와 목숨을 바쳤던 각국 젊은이들의 묘역.

특히 베트남 전쟁, 월남전에 참전했던 상이 용사들은 남다른 상념에 잠길 수 밖에 없습니다.

″몸에 파편이 여기도 있고 여기도 있고 여기 다..″
″나는 한쪽 눈을, 시력을 잃어버렸어″

[김문상/월남전 참전용사]
″우린 월남전에서 싸웠잖아요. 그런데 이 분들은 6.25 때 우리나라를 위해서 싸워주시고 그랬으니까 그런 걸 더 잊을 수가 없는 거죠.″

유엔묘역 참배를 마치고 찾아간 인근의 유엔평화기념관.

[김광우/유엔평화기념관장(예비역 준장)]
″22개 참전국가의 흔적을 담고 있고 또 교육의 장소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전시공간이죠. 우리 참전용사들이 찾아주셨는데 후배 장교로서, 후배 군인으로서 제가 여기 있는 것이 정말 명예스럽고 뿌듯합니다.″

오랜만에 뭉친 전우들끼리 사진도 찍고 먼저 운명을 달리한 전우나 아버지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김상길/6.25참전용사 아들]
″(아버지가 생전에) 전쟁을 하면서 살아남으셨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행운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제가 여기 와서 보니까 6.25전쟁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던 전쟁이었나를 깨달았어요. 그래서 조국을 위해서는 항상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우리 손자들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3대가 함께 온 보훈가족도 볼 수 있었는데요.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전수연/월남전 참전용사 딸]
″저희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졌고 딸에게 공부도 되고 체험도 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김예람/월남전 참전용사 외손녀]
″솔직히 이런 데가 있는 줄 몰랐는데 알게 돼가지고 좀 놀랍기도 하고 할아버지랑 오니까 자랑스럽기도 하고″

이들의 마지막 일정은 부산 앞바다.

2년 전, 독도함에 이어 우리 해군의 두 번째 대형 수송함으로 임무를 시작한 마라도함에 승선해 격납고를 가득 채웠습니다.

[김구회/민주평통 문화예술체육분과위원장]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70년 전 임시 수도였던 이곳 부산, 그 중에서도 전 세계에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 상륙함, 마라도함 함상에서 장병들과 함께 의미있는 자리를 가지게 되어 더욱 기쁘게 생각합니다.″

널찍한 갑판 위에 올라가 아들 뻘, 손자 뻘인 현역 장병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사진도 찍고, 정전 70주년을 기리는 퍼포먼스도 연출해 봅니다.

그리고 드넓은 대양을 향하고 있던 조타실.

[서상규/마라도함 함장]
″저희는 14미터, 통상적으로 10미터가 쓰나미거든요. 근데 14미터에서도 생존 항해가 가능하고 작전이 가능합니다.″

최첨단 항공관제소같은 함정의 구석구석을 살펴봤는데요.

특히 해군 출신 참전 용사들에겐 수십년 전의 옛 기억을 또렷하게 떠올리게 했고요.

[소오관/월남전 참전용사]
″1968년 7월 15일 10시에 부산 3부두에서 우리 환송식을 하고 가족은 집으로 가고 우린 배를 타고 미군 수송함 1만 8천톤급, 5박 6일간 베트남을 간 거에요.″

후배 해군들이 더 없이 자랑스럽게만 느껴졌습니다.

[남진원/월남전 참전용사]
″신식장비를 와서 보니까 감회가 새롭고요, 이런 좋은 장비에 후배들 든든하죠.″

70년 전 산화해 간 선배들을 기리고, 지금의 국토를 수호 중인 후배들을 격려해본 소중했던 시간.

짧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길고 뜨거웠던 6월의 하루였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