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세웅

[외통방통] 대법원 "국정원 사찰 정보 공개하라"‥'존안 파일' 봉인 풀릴까

입력 | 2020-11-13 16:05   수정 | 2020-11-13 16:07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문화, 종교계 인사와 야당 인사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내용을 담은 이른바 국정원 ′존안 파일′에 대해, 이를 당사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처음 확정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사찰 파일 공개 길 열렸다</strong>

대법원 특별 2부는 어제 곽노현 전 교육감과 박재동 화백이 국정원을 상대로 자신들에 대한 불법 사찰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정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개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국정원 불법 사찰 피해를 입은 피해자 9백여 명이 국정원이 보관중인 사찰 정보를 정보공개 청구한 지 3년 만입니다.

당시 국정원은 사찰 정보가 ″그 자체로 국가안보에 관련되거나 국정원의 정보역량을 노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정원 ″국가안보 정보″‥ 법원 ″정치 사찰일 뿐″</strong>

결국 청구인 가운데 일부가 대표로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 법원은 ″해당 정보는 심리전 전개 계획, 동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정치 사찰일 뿐 국정원의 직무 중 어느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명진 스님과 김인국 신부가 낸 소송은 지난해 9월 1심 원고 승소 판결 뒤, 국정원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판결로 공개된 정보에는 명진 스님의 ′조계종 조기 퇴출′과 보수 언론을 동원한 공작 계획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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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 뒤 국정원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며 당사자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곽 전 교육감과 박 화백에 대한 관련 정보도 ″판결에 따라 모두 공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대표로 소송을 제기한 이들 외에 나머지 피해자들의 사찰 정보를 어떤 절차로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국정원이 소송에 참가했던 9백여명 외에 얼마나 많은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정원 ″당사자에게 사과″‥ 다른 사찰 정보는?</strong>

지난 2월 국정원은 MBC측에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처리방향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며 법적ㆍ제도적 정비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은 국내 정보 요원들과 간첩을 잡는 방첩요원들을 투입해, 정부에 비판적이 인사를 사찰하고 심리전 공작을 펼쳤습니다.

주변 지인을 포섭해 동향을 파악하기도 했고,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불법 사찰을 벌였습니다.

검찰 수사에 따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사법 처리 절차를 밟게 됐지만, 생산된 사찰 정보들은 별도의 폐기 조치 없이 국정원 데이터 서버에 봉인돼 있습니다.

사찰 파일 공개 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측은 ″사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정치 사찰 정보를 정보주체에게 공개해야 하고 나아가 영구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민간인 사찰의 추억</strong>

존안(存案)은 없애지 아니하고 보존하는 자료라는 뜻입니다.

과거 군군 보안사에 복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민간인 1303명의 사찰 내용이 담긴 디스켓 30여장을 들고 나와 폭로하면서 처음 그런 자료의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당시 사찰 대상에는 고 김영삼·고 김대중·고 노무현 대통령이 모두 포함돼 있었습니다.

윤석양 이병이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것이 1990년. 지금부터 꼭 30년 전입니다.

당시 정보기관들은 민간인 사찰을 중단한다고 약속했지만, 그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건 당시 엄혹한 환경 속에서도 윤석양 이병은 불법 사찰을 폭로할 용기를 냈지만, 지금 국정원에서는 그런 용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