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08 16:31 수정 | 2020-12-08 16:34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판사 사찰 의혹′ 정식 안건될까?‥
이목 쏠린 하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strong>
어제(7일) 오전,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올해 하반기 정기회의가 열렸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재작년부터 매년 2차례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있는데요,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사태를 계기로 2018년 상설 사법행정기구가 되면서,
정기회의를 통해 법관의 독립과 사법행정의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고 대법원장에게 건의도 하고 있습니다.
회의체는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 125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비공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120명이 참석했습니다.
5월에 열린 상반기 정기회의와 달리 이번 하반기 회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대단했는데요.
바로 최근 불거진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 때문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검찰이 판사들 가족관계·취미·평판 수집″
‥불거진 ′사찰 의혹′</strong>
′검사가 판사를 사찰했다′는 의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윤석열 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하면서 처음 거론됐습니다.
추 장관이 거론한 윤 총장의 6개 비위 혐의에 ′판사 불법 사찰′ 혐의가 포함된겁니다.
그러자 윤총장측은 이틀 뒤, 해당 문건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이게 사찰이냐′며 자신감을 보인거죠,
′주요 특수 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란 제목인 문제의 문건은 대검 수사정책정보관실이 작성한 것으로, 판사 30여명의 정보가 담겼습니다.
각 사건별 재판장과 주심·배석판사들의 출신 고교부터 대학교와 전공은 물론, 법원행정처 근무 여부와 법원장 후보 경력이 있는 지 등이 적혀 있습니다.
특이사항으로 ′차장검사의 처제′라고 가족관계를 밝혀 놓기도 하고,
′대학 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때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하다고 취미도 자세히 기록됐습니다.
재판장급 법관들에게는 이른바 ′세평′으로 불리는 평판이나 인물평도 빠지지 않았죠.
한 재판장은 ′연로해보이는 느낌이고, 재판 절차진행은 시원시원′하다,
몇몇 배석판사에 대해선 ′재판시 특별한 존재감 없음′이라고 표현돼 있기도 했습니다.
′재판 때 다소 보여주기식 진행을 원해 검사에게 검사석이 아닌 증인석으로 나와 쟁점 PT를 진행하도록 한다′고 평가된 법관도 있습니다.
윤 총장의 변호인은 해당 문건을 공개하면서 ″공판 준비에 참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며 정당한 직무였고 자료를 수집한 과정과 대상에 비춰봤을 때 사찰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해당 문건을 직접 작성한 담당 검사 역시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며 ′불법 사찰′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침해″‥판사들 비판 잇따라</strong>
′정상적 직무였다′는 윤 총장과 검사들의 해명,
그러자 이번엔 판사들이 직접 ″정상적 직무가 아니″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두 차례 글을 올려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건 재판부를 조종하겠다는 말과 같다″며 법원행정처에 대응을 촉구하고 ″예정된 법관대표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도 내부망에 ″이번 일은 대한민국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외에도 이봉수 부장판사, 김성훈 부장판사 역시 검찰의 판사 정보 수집의 부적절함을 비판하거나 해당 문제에 대한 법원의 공식 대응을 요청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판사 사찰 의혹′ 안건으론 상정‥공식 대응은 ′부결′</strong>
판사 사찰 의혹이 안건으로 추가될 지 여부가 비상한 관심사로 떠오른 하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
대표회의의 안건은 보통 미리 정해져 있지만, 현장에서 안건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안건을 제의한 구성원 외 9명 이상에게 동의를 얻으면 정식 안건이 될 수있는건데요,
어제 회의에선 예상대로 ′판사 사찰 의혹′관련 대응 방안이 안건으로 건의 됐고, 10명에게 동의를 얻어 회의에서 정식 논의됐습니다.
하지만 의결은 쉽지 않았습니다.
먼저 안건으로 제의한 쪽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주체가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실인게 부적절하며, 공판절차와 무관하게 수집된 비공개 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반대 입장 쪽에선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이고 윤 총장의 징계위 역시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의견 표명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표결에선 ′신중론′이 앞섰습니다.
의견 표명을 유보키로 결정한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판사들이 ′관련 정보 수집이 정상적 업무의 일환이었다′는 검찰의 주장이 적절치 않다는 데는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할 판사들이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의 결과 자체가 법무부나 윤 총장 측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해석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 것이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사법농단′ 사건 때는 ′연루 법관 탄핵소추 의결′한 법관회의‥이번과는 뭐가 다르기에?</strong>
사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농단 사건 당시 ″해당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소추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결했죠.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단호한 조직이라는 겁니다.
당시에도 법원행정처가 직접 ′물의야기판사′ 리스트와 세평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돼 의결까지 진행된 건데요.
′이번 검찰의 불법 사찰 의혹 역시 비슷한 문제아니었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당시엔 개별 판사들의 인사권을 가진 법원행정처가 문서 작성의 주체라는 점에서 지금과는 여러모로 판사들의 문제 의식에 대한 온도차와 심각성이 달랐죠.
무엇보다 당시 사법농단 사건은 지금처럼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같은 외부적 요인에서 표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제 회의로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신중론 우세′가 공식 확인된 셈이지만, 의혹에 대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8일) 판사회의 측의 추가 입장이 나왔는데요.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사찰 문건′에 대한 입장을 7번 안건에 올렸다가 모두 부결된 게 아니라, 실제 이 안건이 결의에 실패된 건 3번 뿐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판정승했다′는 식의 언론보도는 법관회의의 취지를 왜곡했다는 뜻입니다.
법무부가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정식 수사를 의뢰한 만큼, 수사 과정에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인용 등 민감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어제 회의로 가라앉은 판사들의 반발 역시 언제든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