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봐선 ′보수작업 중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개선문 둘러싸기(L′Arc de Triomphe, Wrapped)′라는 제목의 엄연한 예술작품입니다.
거대한 천 등으로 자연과 건축물, 도시 경관을 감싸는 이런 예술작업을 ′대지미술 Land Art′이라고 부릅니다.
“미술을 화랑과 문명사회로부터 떼어내어 자연 한 가운데 설치하려는” 미술활동을 일컫는데 작업 현장이 전시장이자 갤러리이자 곧 예술품이 됩니다.
스케일이 아주 커서 장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이 개선문 포장작업은 대지미술의 대표자로 불려온 불가리아 출신의 예술가 크리스토 블라디미로프 자바체프가 60년을 꿈꿔왔던 것. 지난해 4월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졌고 그 사이 크리스토 자바체프는 애석하게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의 모든 작업은 <예술은 소유할 수 있고, 영원히 존재한다>는 고정 관념을 허무는데 있다.
그 고정 관념에서 해방된 자유야말로 내 작업의 주제다′ -크리스토 자바체프]
대지미술(Land Art)의 대표자로 일컬어지는 그는 호주 시드니만 일부를 천으로 덮는 작업(69)에서부터 시작해 <계곡의 커튼>(72), <달리는 울타리>(74), 1976년 캘리포니아에 설치한 ′Running Fence′ 1985년 파리 퐁뇌프 다리의 포장작업 등 여러 유명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그가 선보인 작품 중엔 7년 여에 걸쳐 3천 1백여개의 대형 철제 우산을 20km씩 일본의 이바라키와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일제히 펼쳐 놓는 작업도 있었는데, 작업에 참여한 인원수만 2천여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작업은 엄청난 물량과 시간이 투입 되어 몇 년에 걸친 준비 끝에 겨우 2~3주 정도 존재하다 사라지는게 보통인데요. 특히 독일의 통일과 민주주의를 기리는 의미에서 1971년 시작한 베를린의 ′제국의회′ 건물 포장 프로젝트는 구상부터 실현까지 무려 24년이 걸렸습니다.
이 작품의 설치 허가 여부를 놓고 독일에서는 국회 토론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묻는 질문에 그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것과 빛과 대기와 반응하는 미술, 사람들이 그것을 만져보게 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또 돈과 인력, 엄청난 시간을 들여 만든 작품을 왜 금세 철거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아무리 소중한 것도 영원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어서″라는 답을 내놨습니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이 과도하게 포장된 예술품에 영향을 받는 소비사회를 비판하는 한편, 현대문명에 위협받고 있는 자연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