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소희
미국 연방정부가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무효화한 법원 결정에 항소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미 법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지시간 19일 항공기와 기차,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과 공항·기차역 같은 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연방정부의 조치를 무효화한 플로리다주 연방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우리는 연방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CDC 내부 검토 결과 이 조치가 공중보건을 위해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중교통 내 마스크 의무화가 이번 법원 결정이 아니더라도 당초 다음 달 3일 만료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CDC가 마스크 의무화를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항소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CDC가 마스크 의무화를 해야 할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법무부는 지체 없이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이날 ″우리는 여전히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명령이 CDC가 공중보건을 보호하도록 의회가 부여한 권한의 타당한 행사라고 믿는다″며 ″이는 법무부가 계속 지켜나갈 중요한 권한″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중교통 수단 내 마스크 의무화는 CDC가 작년 초 부과한 조치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연장됐습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연방지법은 18일 CDC의 법적 권한을 크게 축소해석한 법리에 근거해 마스크 의무화를 무효화했습니다.
이 판결을 내린 캐스린 킴벌 미젤(35)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미젤 판사의 법적 해석이 최종심에서도 인정되면 앞으로 닥칠 공중보건 위기 때 CDC는 손이 묶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심 법원의 판결은 구속력 있는 판례는 아니지만 항소할 경우 이 사안은 미국 남동부를 관할하는 제11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심리하게 되는데, 이 법원 판사의 대다수도 트럼프가 임명한 인사들입니다.
항소법원 위에 있는 최상급 법원인 연방대법원 역시 이념적 구도가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보수 우위 지형입니다.
이러다 보니 마스크 의무화 지지층 중에서도 항소가 위험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 선임의학고문 앤디 슬라빗은 ″터무니없는 판결이기에 항소하는 게 아주 솔깃한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가을이나 겨울에 큰 대규모 확산 사태가 터졌을 때 CDC가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들이나 아직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영유아에게는 여전히 코로나19가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며 마스크 의무화를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편으론 항소 결정이 코로나19 확산이 크게 둔화함에 따라 팬데믹 이전으로의 복귀를 추구해온 최근의 정책 기조와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반대로는 연방정부 정책의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 정부 조치를 무효화한 법원 결정에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또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여론조사 결과상 마스크 의무화에 대한 지지도는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백신에 추가 접종을 맞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도 늘면서 설령 이 병에 걸리더라도 중증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은 겪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입니다.
미국의 독특한 정치 지형 탓에 마스크는 팬데믹 내내 이념 전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에겐 마스크를 쓰느냐, 마느냐가 공중보건의 문제이기보다 이념 지향을 드러내는 신분증이 됐습니다.
이처럼 인화성 강한 마스크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이번 항소 문제는 보건과 과학의 울타리를 넘어 정치와 이념의 영역까지 두루 셈법에 넣어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