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23 16:48 수정 | 2023-06-23 16:48
국제 상설중재재판소가 우리 정부와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분쟁 결정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압박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국내 재판 결과를 근거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징역형이 확정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공단 본부장의 판결을 인용해 ″두 회사의 합병에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들 손실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각각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 관계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찬성을 유도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바 있습니다.
판정부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국가기관이라고 봤으며, 결국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사실상 우리 정부가 한미FTA를 위반한 것과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엘리엇은 합병이 부결되었을 때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바탕으로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실제 주가를 기준 삼아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심리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국가 조치로 인정하기 어렵고, 국민연금이 문 전 장관의 지시와 상관없이 표결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판정에 대해서는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낼 수 있으며, 법무부는 판정내용을 검토해 불복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앞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개입해, 7억 7천만 달러, 약 1조원 손해를 봤다며 엘리엇이 낸 투자분쟁 사건 심리 결과, 우리 정부가 5천350만 달러, 690억여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통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