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의 수업 조교를 맡은 A씨가 최근 학생들에게 보낸 과제 안내 문자입니다.
A씨는 지난 3일 정 교수가 패널로 출연한 ′MBC 100분 토론′ 유튜브 링크를 첨부하면서, ″본인의 의견을 간단하게 요약해 영상에 댓글로 작성하라″고 공지했습니다.
교수가 출연한 토론 프로그램 영상에 댓글을 쓰는 게 과제라는 주문인데, 그 자체도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사실상 댓글의 방향까지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A씨는 ′댓글 작성 관련′이란 제목으로 보낸 문자에서 ″의사들은 2025년 증원 철회라는 불가능한 주장을 계속하며 국민과 환자를 겁주고 있다″면서 ″이러한 논의에는 유튜브나 기사에 대한 댓글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대생과 전공의, 의사단체 등이 여론전에 몰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의료 제도를 전공하거나 수강하는 학생들로서 여러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위의 유튜브에 댓글을 달아 여론전에 밀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실제로 정 교수는 100분 토론에서 응급실 상황 등 의료대란 사태가 심각하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철회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형선/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교수(′MBC 100분 토론′, 지난 3일)]
″의대 증원 정책은 철회해선 안 되는 겁니다. 인원 조정은 할 수 있어요. 당연히. 인원 조정은 추계와 정도에 따라서 제가 보여 드리고 싶은데 이따가 얼마든지 조정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진행자: 몇 명을 늘릴 수 있느냐의 문제지 원점 처리해서는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겁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연세대 학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해당 영상에 의대 증원 찬성 댓글을 단 캡처 사진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이번 일을 알린 글쓴이는 ″보건행정학 강의에서 위계를 통해 학생을 이용한 여론조작을 시도한 것″이라며 ″자유로운 의견 표현의 권리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저를 포함한 수강생들은 부당한 지시를 거절했을 때 성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며 ″이는 대학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측은 ″특정 의견 제출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며 ″추가 공지는 조교의 개인적인 판단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형선 교수도 ″해당 조교가 보건행정학 선배로서 과제 제출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본인 의견을 달았다고 들었다″며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성적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