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뉴스이준희

"폐업도 돈 있어야"…가게 문 열고 한숨만

입력 | 2020-05-29 17:15   수정 | 2020-05-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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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도 가게 문을 열어놓은 이상 임대료와 인건비가 지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폐업하고 싶다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은데, 그마저도 돈이 들다 보니 그냥 버티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이준희 기자가 전합니다.

◀ 리포트 ▶

돌잔치를 전문으로 했던 수도권의 한 음식점.

8년간 아이들의 생일상이 차려지던 연회장이 2시간 만에 텅 빈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코로나 19로 돌잔치 손님이 완전히 끊기면서 결국, 폐업을 선택한 겁니다.

[전제운/폐업대행업체 대표]
″새로 차렸던 분들이 한 5~6개월 하다가 문 닫으신 분도 있고…″

하지만 이 폐업을 모든 자영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폐업을 하는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점심 시간, 서울 남대문의 한 식당.

180석 가운데 50석만 찼는데, 그나마 이게 손님의 전부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매달 1천만 원이 넘는 적자에 폐업을 고민했지만, 이것저것 알아본 뒤 포기했습니다.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권리금은 꿈도 못 꾸고, 남아있는 월세에 원상복구 비용까지 내려면 폐업하려고 빚을 더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주영]
″(계약기간이) 한 7개월 정도 남았어요. 직원들 퇴직금, 그다음에 원상복구 그다음에 물품대금…″

손님이 없어 문을 열어놓으면 오히려 손해이다 보니, 영업시간을 줄이며 버티기에 들어간 곳들도 많습니다.

서울 명동의 이 식당은 영업시간을 15시간에서 6시간으로 대폭 줄이고, 직원도 8명에서 1명으로 줄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폐업이 작년보다 줄어드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서울 시내 음식점과 주점의 폐업 건수는 3천8백22건, 작년보다 12% 감소했습니다.

[한창훈/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장]
″누가 이 상황에서 지금 창업을 바로 할 수 있겠습니까. 임차인은 구하기 어렵고 월세는 계속 나가야 되니 부득불 장사를 계속해야 되는 이런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겁니다.″

그나마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자영업자들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있지만, 반짝 효과가 끝나는 7월부터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어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