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준희

코레일의 황당한 주문에…화물열차 177량 멈춰 섰다

입력 | 2020-10-20 20:14   수정 | 2020-10-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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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코레일이 운행하는 화물 열차 중에 백일흔일곱 량이 한 달 넘게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세워져 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작업자들이 딛고 서서 일할 수 있도록 새로 제작한 발판이 튕겨져나가서 전동차가 긴급 정지하는 사고가 났기 때문인데요.

알고 보니까 코레일이 엉뚱한 도면을 주고 발판을 주문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지하철 오류동역.

지난달 16일 이곳에서 승객 300명을 태우고 달리던 1호선 전철이 뭔가에 맞아 멈춰섰습니다.

날아온 건 무게 20kg짜리 쇳덩어리.. 화물열차용 발판이었습니다.

옆 선로에선 화물열차가 달려오고 있었는데, 거기 달려 있던 철제 발판 4개가 선로 옆 침목에 걸려 차례로 튕겨 나온 겁니다.

이 발판들은 올해 코레일이, 작업자들이 딛고 일할 수 있도록 새로 주문 제작한 것들입니다.

규정상 열차 부속품은 선로로부터 최소 35cm 이상 떨어져 부착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46cm 높이였던 기존 발판과 달리, 새로 만든 발판 높이는 26cm밖에 안 돼 규정보다 9cm나 선로와 가까웠습니다.

[코레일 직원]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너무 좀 낮으니까, 불법적재물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부딪히면 몸을 빼기가 조금 어렵다는…″

사고 후 코레일은 해당 발판을 부착한 화물열차 177량의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운행 중인 화물열차 가운데 지붕형 열차의 70%를 멈춰세운 겁니다.

서울 광운대역입니다.

새 안전발판이 달린 화물열차 20여 대가 한 달째 그대로 멈춰서 있습니다.

낮게 부착한 발판을 떼어내 다시 달면 되는 문제였지만, 코레일은 제조사 측과 사고 책임을 놓고 다투느라 한 달을 보냈습니다.

이러는 사이, 해당 화물열차로 제품을 실어 보내야 할 업체들은 발을 굴러야 했습니다.

[제지업계 관계자]
″재고가 계속 적체되고 있다는 거… 이게 생산은 되고 있는데 그걸 서울 쪽 물류센터 쪽으로 빼내질 못하니까…″

그런데 조사 결과, 잘못은 코레일 측에 있었습니다.

주문할 때 발판 제조사에 지붕형 화물열차 도면을 넘겨줬어야 했는데, 엉뚱하게도 크기가 더 작은, 지붕 없는 열차 등의 도면을 줬던 겁니다.

[허 연/코레일 일반차량처장]
″저희가 측정을 하고 해서 좀 더 정밀하게 했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작업을 긴급하게 하다 보니까…″

코레일은 이런 잘못을 일찌감치 파악하고도 업체와 책임공방을 계속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느라 코레일이 날린 운송 수입만 수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이헌승/국회 국토교통위원]
″수만 톤에 달하는 화물 철송(운송) 작업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내부 감사를 통해서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고…″

올 상반기 적자만 6천억 원에 달하는 코레일.

취재가 시작되자 코레일은 이달 말까지 발판 재설치를 끝내고 화물열차를 다시 정상 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백승 / 영상편집: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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