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신재웅

"일상이 지옥이에요"…스토킹 처벌법 실효성은?

입력 | 2021-04-05 20:15   수정 | 2021-04-05 20:18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지금까지 드러난 김태현의 행적을 보면 집요한 스토킹이 결국 살해 로까지 이어 졌죠.

스토킹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들은, 공포를 넘어서, 결국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고 말 합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20여 년만에 국회 문턱을 넘긴 했지만, 이것 만으론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어서 신재웅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4월, 창원의 한 식당 여주인이 남자 손님에게 끔찍하게 살해됐습니다.

숨진 여성의 휴대 전화에선 석달 동안에만 일방적으로 걸려온 100여통의 전화 기록이 발견됐습니다.

살해범은 이 여성을 10년 가량 스토킹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아들]
″′10년 동안의 스토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 물었더니 ′2~3년 정도지, 10년은 아니다′ 이렇게 직접 얘기를 했거든요. 피의자 가족이…″

스토킹은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수준의 폭력, 위협으로 발전하는게 보통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1년 넘게 스토킹을 당했던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씨도 그랬습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스토킹 피해자)]
″처음에는 사실 한두 줄의 낙서에 그쳤거든요. 그 다음에 낙서의 양도 늘어났지만, 내용이 굉장히 난폭해졌어요. 뭐랄까 ′지켜보고 있다′, ′각오해라′ 라든지… 나중에는 ′음란한 여자′, ′더러운 여자′ 이런 식으로…″

스토커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일상은 지옥이 됐지만 경찰은 보호막이 돼주질 않았습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스토킹 피해자)]
″지금 일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출동해줄 수는 없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어요.″

막상 스토커가 나타나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맞고 오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스토킹 피해자)]
″경찰 분이 저 사람한테 일단 맞아야지 뭔가를 해줄 수 있다고 얘기를 하니까… 어떻게 피해자한테 저 사람한테 좀 맞고 오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지‥ 그니까 죽고 나야 해결해주는 것처럼…″

남성은 결국 구속돼 징역 2년형을 받았지만, 감옥에서까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스토킹 피해자)]
″편지가 2통이 왔지만, 요지는 편지의 내용은 ′다시 찾아오겠다′는 내용이거든요. 되게 무서워요. 그게… 자필로 쫙 썼고…″

지난달 24일, 발의된 지 22년 만에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처벌을 원할 경우에만 처벌하는 반의사 불벌죄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윤김지영/창원대 철학과 교수]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이 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처벌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가해자에 의해 지속적이고 끊질긴 회유와 협박…″

또 스토킹의 요건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는 것″이라고 규정한 것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회 통념, 주관적 판단에 기대 가해자의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조치가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위반시 과태료에 그친다는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무엇보다 스토킹을 ′개인적인 일′이나 ′애정 문제′로 여기던 인식의 변화가 범죄 예방을 위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스토킹 피해자)]
″바둑판이 있는데 꽃을 올려놔요. 그런데 저는 스토커가 보냈다는걸 아는 거에요. 그 꽃을 보자마자 끔찍하거든요. 꽃을 가지고 (경찰에) 증거로 가져가면 ′이게 뭐가 문제인데요′ 이런 느낌이에요.″

MBC뉴스 신재웅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이관호 / 영상편집: 김재환)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