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천홍

사람 위해 평생 뛴 특수견…'이젠 저를 돌봐주세요'

입력 | 2021-09-04 20:33   수정 | 2021-09-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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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시각 장애인을 도와주는 안내견, 재난현장에서 생존자를 찾는 구조견.

이런 특수목적견은 나이가 들면 은퇴를 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개들은 늙고 병이 들어, 그저 입양해 줄 곳을 기다리게 되는 건데요.

한 지자체에서 특수목적견의 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김천홍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수안이는 올해 열네 살, 사람으로 치면 여든이 가까운 나입니다.

관절이 좋지 않아 보조기를 차야 하고, 갑상선 협착증 약도 먹어야 합니다.

197번의 구조활동에 투입돼 일곱 명의 인명을 구한 베테랑 구조견이지만 지금은 그저 병든 늙은 개일 뿐.

지켜보는 새 주인의 마음은 짠하기만 합니다.

[강미숙 / 고양시 성석동]
″이 아이가 사람을 위해서 희생을 한 거잖아요. 고생을 했잖아요. 그러면 나라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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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로 마약을 찾는 마약탐지견은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큽니다.

5년간 관세청 마약탐지견으로 활약했던 산이는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찹니다.

열 살이 되던 올해 초, 새 가족이 생기면서 이제야 고된 몸을 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진우 / 고양시 식사동]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한 강아지가 노견으로 은퇴하고 가정견으로 분양받아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입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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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목적견들은 생후 3개월부터 두 살 때까지 훈련을 받고, 5~6년간 활동하다 은퇴하게 됩니다.

[임장춘 /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대표]
″해외는 휴양소라고 해서 아이들이 나라에 좋은 일 하고 했으니 죽을 때까지 편하게 쉬다가 가는 곳을 만들어주고 책임을 져주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아직은 좀 부족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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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지자체가 특수목적견의 예방접종과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입니다.

평생 사람을 위해 헌신했지만 은퇴한 특수목적견들은 입양만을 기다리며 외롭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천홍입니다.

영상취재: 이주혁 / 영상편집: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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