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송원일

제주까지 올라온 필리핀 물고기‥뜨거워진 바다

입력 | 2021-11-13 20:32   수정 | 2021-11-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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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바닷물의 온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열대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와 산호, 해조류가 제주뿐 아니라 동해까지 올라와 정착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생태계의 변화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늦었지만 대책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송원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제주도 서귀포항 앞에 있는 문섬.

천연기념물 421호,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빨간 연산호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마치 하얀 소나무처럼 가지를 뻗은 해송이 다이버를 반깁니다.

그런데 잠시 뒤 노란색의 물고기 무리가 나타납니다.

검은색의 가로 줄무늬 5개가 있는 범돔입니다.

무리 안에는 나비고기 2마리도 함께 헤엄치고 있습니다.

온몸이 파란 청돔과 여섯 개의 검은 세로 줄무늬가 선명한 육동가리돔, 꼬리지느러미가 특이한 청황문절까지.

모두 필리핀이나 베트남 같은 따뜻한 바다에서 살던 아열대 어종인데 30년 전보다 수온이 2도나 올라간 제주바다에 정착한 겁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이 제주의 물고기를 조사해 보니 40% 이상이 아열대 어종이었습니다.

[고준철 박사/국립수산과학원]
″이런 아열대성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 변화가 유지가 되고 또한 그런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화려한 연산호 군락 아래쪽에는 납작하고 커다란 무채색의 생물체가 자리 잡았습니다.

아열대 바다에서 주로 자라는 그물코돌산호인데, 계속 커지면서 감태와 미역의 서식지까지 침범했습니다.

또 성산일출봉 앞바다에도 아열대성 홍조류가 빠르게 번지면서 톳과 우뭇가사리가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곽정현 박사/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해조류에서 서식을 하던 생물들에게 환경변화가 되어 이들 생물들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제주뿐 아닙니다.

지난 10월 말, 강원도 강릉 앞바다에서는 열대성 어류로 필리핀에서 주로 보이던 제비활치 한 쌍이 발견됐습니다.

제주의 대표어종인 자리돔은 이제 독도의 대표어종이 됐고, 방어도 제주보다는 동해에서 더 많이 잡힙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우리나라 바다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원일입니다.

영상취재: 강흥주(제주) / 수중촬영: 조은진 / 화면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유튜브 MoonsDive